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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자연으로 들어가는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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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코언 형제 감독의 영화 ‘더 브레이브’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야영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날이 어두워지면 카우보이들은 모포 한 장으로 밤을 새운다. 이상하게도 음식 해먹는 장면은 별로 없다. 모닥불에 통조림 데워 먹는 정도다. 이 대목에서 우리 조상의 야영을 떠올린다. 보퉁이 짊어지고 짚신 발로 백 리를 걸었어도,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주막에 들러 뜨끈한 국밥에 탁주 한 사발 들이켠다. 그리고 비록 헛간이어도 지붕 아래에서 잠자리를 편다.

경남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야영장. 숲 속에 텐트 한 동이 자리 잡고 있다. 캠핑은 자연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요즘 캠핑 취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의 캠핑 스타일에도 ‘내림’ 또는 ‘혈통’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캠핑 하면 우리는, 이왕이면 큰 텐트이어야 하고 쿨러(휴대용 냉장고)에 먹을 게 가득 쟁여 있어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바 ‘코리안 캠핑 스타일’인 것이다.

 글로벌 캠핑브랜드 ‘콜맨’의 샘 솔로몬 CEO는 1년에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한국의 캠핑 열기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서 두 가지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계절에 상관없이 텐트 치고 꿋꿋이 캠핑을 즐기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먹어대는 캠핑장 풍경이다. 미국의 캠핑 메뉴는 햄버거나 샐러드가 기본이고 기껏 해봤자 바비큐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바비큐만 해도 삼겹살·등갈비·조개·비어캔(캔맥주와 함께 굽는 닭 훈제요리)을 코스로 깔 수 있어야 “좀 먹는구나” 소리를 듣는다.

 코리안 캠핑 스타일은 또 있다. ‘캠핑 맘’의 존재다. 30∼40대 부모가 자녀와 함께 다니는 패밀리 캠핑이 대세인 가운데 장비 선택부터 캠핑 스케줄 짜는 일까지 주부가 결정권을 행사한다.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고민은 아빠가 하고 결정은 엄마가 한다. 그래서 최근 출시되는 캠핑 장비는 디자인이 한결 세련됐다. 심지어 파스텔 컬러를 쓴 제품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캠핑 시대를 열어 젖혔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현재 전국 캠핑장은 400개를 넘어섰다. 5년 전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캠핑 칼럼니스트 김산환(42)씨는 “캠핑 인구는 약 60만 명, 캠핑 시장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앞으로 5년은 계속해서 캠핑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론 너도나도 큰 텐트만 선호하고, 아웃도어 활동 없이 고기만 굽다 돌아오는 한국의 캠핑장을 보고 “캠핑 문화가 없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이제부터 만들면 된다. week&이 오늘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캠핑 시대’를 연재하는 이유다. 캠핑은, 자연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week&과 함께 그 문을 열자.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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