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olf&] “메인 스폰서 못 구했지만 더 공격적 골프 할 겁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배상문이 올해 자신의 골프 색깔을 열정적인 붉은색으로 정했다. 그는 그 의지를 반영하듯 붉은 면 티셔츠 차림으로 인터뷰를 했다. [김성룡 기자]


“올해 내 골프 색깔은 붉은색입니다. 골프에 붉은 열정을 입히고 싶어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샷을 가다듬고 있는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GT)의 간판스타 배상문(25)을 지난 20일 만났다. 청바지에 붉은 면 티셔츠 차림의 그는 눈빛이 훨씬 날카로워 보였다. 지난해 12월 미국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Q스쿨)에서 낙방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근황을 묻자 “지난 겨울 반성도 많이 했다. 또 다른 배상문을 찾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목소리가 굵직한 이 대구 사나이는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통도 크고 남자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31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티웨이항공 오픈을 시작으로 KGT가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지만 아직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좀 답답한 건 사실입니다. 뭐, 그래도 당당하게 전진할 겁니다. 올해는 더 공격적인 골프를 선보이고 싶어요. 색깔로 치면 아주 붉은 색이죠.”

2005년 KGT 시드 선발전 7위로 투어에 입문한 배상문. 그는 2006년부터 시즌 개막전에 앞서 치러지는 장타대회에서 평균 293.4야드를 기록해 초대 장타왕에 오를 만큼 파워가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 그는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2008년과 2009년 잇따라 KGT 상금왕에 올랐다. 특히 2009년 5억64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여 KGT 사상 단일 시즌 상금 첫 ‘5억원 돌파’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에는 상금 랭킹 3위였다. 현재까지 통산 7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가 없는 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해까지 후원사였던 키움증권과 재계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가 일본 투어 진출을 선언하면서 후원 기업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골프 선수에게 일본남자프로골프(JGTO) 투어는 큰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갑지 않은 투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광고 노출 효과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배상문의 일본 투어 진출 결정은 PGA 투어 진출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였다. 선배 최경주(41·SK텔레콤)와 양용은(39)이 일본 투어에서의 우승과 그 경험 등을 바탕으로 PGA 투어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했던 것처럼 배상문도 그 루트를 찾아 나선 것이다.

“JGTO의 상금 랭킹 10위 이내에 들게 되면 Q스쿨 예선전을 치르지 않고도 곧장 최종전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랭킹 10위는 충분히 도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 길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JGTO에 전념할 계획이었지만 일본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투어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난해 Q스쿨에서 바보 같은 플레이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 PGA 투어에서 뛰고 있을 텐데 말이죠.”

배상문은 Q스쿨 최종전 첫날 7번 홀(파4)에서 더블파, 일명 ‘양파(8타)’를 기록한 뒤 미국 투어 진출 목표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티샷 때 아이언을 잡아야 할 홀에서 무모하게 드라이버로 정면 승부를 한 게 화근이었다. 배상문의 두 번째 Q스쿨 도전은 그 한 샷이 엉키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참 속상했어요. 자존심이 말도 못하게 상했죠.” 그는 Q스쿨을 통과한 후배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과 김비오(21·넥슨)를 보니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고 털어놓았다.

“두 번째 Q스쿨 이후 좀 더 차분하고 느긋해진 것 같아요. 조급하지 않고 더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갖게 된 게 큰 소득이죠.”

2009년 한국 오픈에서 배상문의 우승을 지켜본 많은 골프팬들은 여전히 그의 저력을 믿고 있다. 배상문은 당시 일본의 골프신성 이시카와 료와 유럽의 골프신동 로리 매킬로이를 모두 따돌리고 한국 오픈에서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승(SK텔레콤 오픈)에 그쳤지만 큰 경기일수록 그의 기량은 빛난다.

“올해 제 스윙을 지켜보면 ‘부드럽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체력 훈련을 통해 근육의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더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졌어요. 거리도 더 늘었습니다. 올해 저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글=최창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