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시위, 초등생 낙서로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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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튀니지·이집트·예멘 등에 이은 ‘재스민 혁명’의 여파가 부자(父子) 세습의 나라 시리아를 몰아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남부도시 다라를 중심으로 일주일째 이어진 시리아 민주화 시위로 지금까지 3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보안군의 발포로 23일 하루에만 15명이 사망했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다라시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거리 낙서에서 시작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라는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70㎞에 있으며 요르단 국경에 가까운 전형적 농업 도시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시골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아랍권 위성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튀니지와 이집트 등 중동의 민주화 상황을 접한 뒤 반정부 내용의 낙서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낙서가 불러올 결과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자신들이 인터넷 등으로 접한 반정부 구호를 벽에 적었다. 경찰은 즉각 15명의 아이를 체포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가족을 포함한 ‘어른들’이 지난 18일 아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를 시작했고, 정부가 이들에게 고무탄총·물대포·최루탄을 쏘고 실탄을 발포하는 등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가 커졌다. 시위는 자연히 자유를 요구하고 부패 종식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23일 보안군의 발포로 사망한 15명 중에도 12세 소녀가 포함됐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결과적으로 다라시에서 시작된 시리아의 시위는 쉽게 진정될 수 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과잉 대응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셈이다. 현재 시위대는 부패 철폐, 비상사태법 폐지, 자유·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다라시에서 수도 다마스쿠스 등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는 2000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뒤를 이어 집권하고 있다. 아버지는 1970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고, 아들은 아버지의 급사 직후 정권을 물려받았다. 부자의 집권 기간이 40년이 넘는 셈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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