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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매운 주먹맛'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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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의 매운 손맛을 보고 싶어요. " 프로복서와 태권도 격파왕을 꿈꾸는 푸른 눈의 외국인 청년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갈고 닦은 기술로 챔피언을 꿈꾸고 있어 화제다.

이들은 각기 유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의 격투기에 빠져 수련을 하고 있는 프로 지망생들. 이들의 포부를 듣는다.

*** 프로복싱 신인왕전 출전 코비치

"영어강사보다는 복싱을 하고 싶어요. " 캐나다 국적인 존 코비치(28)가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내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도전한다.

캐나다 명문 웨스턴 온타리오대를 졸업한 코비치는 2년전 내한해 서울 ECC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6일 시작되는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출전, 국내 선수들과 한판 승부를 겨룬다. 학창시절 마라톤.복싱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그는 과격한 운동을 반대하는 부모 때문에 복싱 글러브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한해 서울 구로동 보성힐체육관에서 본격적으로 복싱훈련을 해온 그의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자 체육관측의 권유로 프로복서의 꿈을 이루게 됐다.

"외국인 선수가 출전한 적이 없다" 며 선수등록에 난색을 보이던 한국권투위원회(KBC)는 "외국인이라고 프로복싱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박찬호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느냐" 고 따지는 코비치에게 출전을 허가했다.

그리고 프로테스트에서 코비치는 '정보성' 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해 선수자격증을 따냈다. 자신의 이름 '존' 과 김보성 체육관장에게서 따온 이름이었다.

김관장은 "정보성은 체력.맷집.테크닉을 모두 갖춘 뛰어난 선수" 라며 "펀치력도 강해 미들급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고 칭찬했다.

내년 박미영(27)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코비치는 "신인왕에 오른 뒤 한국.동양챔피언을 노리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성호준 기자

*** 태권도한마당 격파왕 도전 부르노

"태권도는 이제 내 삶의 일부예요. " 17일 국기원에서 열린 태권도 한마당 종합격파부문 청장년부에 참가한 독일청년 부르노(21.이화여대 경제학과). 그는 오른손이 붓고 오른 무릎에 물이 차는 등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교적 쉬운 외국인부문에 참가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의 고단자들과 경쟁하고 싶다" 며 청장년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종합격파 1차전은 93.3점의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2차전 5백40도 몸돌아후리기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아쉽게 탈락했다.

그러나 오른 손목에 붕대를 감고도 주먹격파, 손날격파 솜씨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진 부르노는 태권도 공인 1단. 9년전 고향 함부르크에서 우연히 태권도장에 갔다가 발차기에 반해 입문, 5년만에 1단을 땄다. 부르노는 이번 대회에 도전하기 위해 3개월전부터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국기원 교육분과위원장인 이규현(54)사범의 지도로 봉천동 청우체육관에서 훈련해 왔으며 지난달에는 용문산에서 지옥훈련을 받던중 오른손 관절을 다치고 오른 무릎에서 수차례 고름을 빼내기도 했다.

함부르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다 97년 교환학생으로 내한, 태권도에 완전히 매료된 그는 경기직후 "팬들의 환호에 긴장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내년엔 반드시 격파왕이 되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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