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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 8명의 ‘18분의 마법’ … 기술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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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성민씨가 테드엑스 연사로 나서 18분 동안 페이스북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TEDxSNU 제공]

각 분야 전문가들이 18분씩 릴레이 강연을 펼치는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 지역 행사가 12일 오후 2시 서울대 경영대 수펙스홀에서 열렸다. 테드엑스(TEDx)라 불리는 이 행사는 미국 TED의 진행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세계 각 지역에서 열리는 소모임이다. 이날 방청석은 지적 자극을 받으려는 학생과 직장인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4시간 동안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 8명이 쉴 새 없이 이어가는 ‘18분의 마법’을 경험했다.

강연 주제는 ‘퀀텀 점프’. 기존의 속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발전이나 대약진을 의미하는 말이다. 행사를 기획한 노은지(23·서울대 산업공학과 3)씨는 “우리 사회의 발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정지훈 관동대 융합의학과 교수, 이준환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등 IT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강연에 나섰다.

방청석에는 대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 부모와 함께 온 초·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온 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방청객은 책상 위에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올려 놓고 열심히 받아 적어 가며 연사들의 열띤 강연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지방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참여한 이들도 많았다. 대전에 사는 김기욱(27·충남대 국어국문과 4)씨는 “테드엑스 행사 때문에 아침에 서울로 올라왔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졸업 후에 내 인생에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대다수 연사들이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동영상을 가미한 역동적인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조 도구로 활용했다. 김씨는 “다른 강연회에 가면 강연 내용을 조합한 책자부터 나눠주는데 테드는 분위기부터 젊다”고 말했다.

이날 모든 연사들은 “우리 사회를 퀀텀 점프하게 할 만한 요소”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이준환 교수는 “최첨단을 달리는 기술과 디자인은 결국 인간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석 아이크리에이트 창의성연구소 대표 역시 “인간의 감성을 이해한 기술만이 퀀텀 점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정지훈 교수의 18분 강의가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정 교수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인간에게 유용한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쳤던 쓰나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본에서 인도네시아에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를 대량으로 지원했지만 전부 못쓰게 됐다”며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고가의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기술’이란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직장인 김정란(33)씨는 “기술이라는 주제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강연을 듣다 보니 앞으로는 기술도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방향으로 변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중학생 딸과 함께 온 박선영(43·서울 마포구)씨는 “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딸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성공하게 되는 시대인 것 같다”며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착한 마음과 감성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테드(TED)=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리처드 사울 위먼과 방송 디자이너 해리 마크스가 기획한 단발 행사가 효시다.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18분 동안 자신의 지식을 전달한다. 지금처럼 연례행사가 된 건 90년대부터다. 테드를 세계인이 참여하는 지식 축제로 만든 건 영국 출신의 미디어 재벌인 크리스 앤더슨이다. 앤더슨은 ‘확산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동영상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테드엑스(TEDx)는 테드의 형식을 빌린 지역 소모임이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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