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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3일 〈헬로 김치 페스티벌-재외한인작가전〉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인들에게 젓가락을 사용하는 만큼이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재외 교포 2.3세들과 서구인들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것은 이질적인 문화를 익히는 어렵고도 특별한 일이 되기도 한다.

재미 교포 리처드 김 감독의 단편 영화 '쿵 파오 치킨' 과 '뿌리를 찾아서' 에는 젓가락 사용법에 대한 아주 짧은 이야기가 정체성이란 주제와 맞물려 유머스럽게 잘 그려져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라면 미국내 아시아계의 뿌리찾기와 정체성 문제를 이런 시각으로 그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17~23일 서울 동숭시네마텍에서 열리는 '헬로 김치 페스티벌-재외한인작가전' 에선 해외 한인 작가들과 유학생들의 작품 26편이 선보인다.

리처드 김은 물론 서니 리.그렉 박.제인 김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들은 모두 재외 한인 감독들. 민족적인 뿌리는 공유하지만 문화환경이 다른 곳에서 성장한 이들의 영화는 국내 감독들의 작품과는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길어야 30분을 넘지 않는 짧은 영화들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감독, 낯선 공간과 낯선 배우들을 통해 펼쳐지는 또다른 삶의 풍경은 탄탄한 완성도까지 갖춰 남다른 즐거움을 준다.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한 그렉 박(31) 은 '쥐' (11분.16㎜) 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이 작품은 아버지가 되는데 따르는 두려움을 쥐에 대한 공포와 대비시켜 간결하지만 여운있게 표현했다.

'쿵 파오 치킨' 과 '뿌리를 찾아서' 를 연출한 리처드 김(27) 은 미국에서 성장해 UC 버클리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의 영화들은 속도감을 살린 경쾌한 유머가 단연 돋보인다.

상영작 중 '카우걸' (20분.35㎜) '중국음식과 도넛' (6분.35㎜) 등 두 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인 서니 리 감독의 역량도 주목을 끈다.

'카우걸' 은 카우걸이 되고 싶은 동양계 여주인공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통해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이민 2세대의 절망을 그려냈지만 그녀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법은 능청스러울 만치 코믹하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내년 1월에 열릴 선댄스영화제 단편 경쟁부분에 공식 초청된 뉴욕 출신 이지호 감독의 '동화' 와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최신작 '돼지의 복수' 도 함께 상영될 예정. 토리노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은 민병훈.잠셋 우스만노프 감독의 '벌이 날다' 와 문승욱 감독의 '연인' , 변혁 감독의 '오르송'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02-367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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