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SAS 요원들 3주 전 리비아 잠입 … 폭격 목표물에 표시 ‘족집게 공습’ 일등공신

20일(현지시간) 리비아를 공격한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 3대 중 1대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로 돌아오고 있다. 미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B-2를 외국 공항에 착륙시키지 않는다. B2는 공중 급유를 받으며 대서양 건너 8300㎞를 날아가 공습했다. [미 공군 제공, AFP=연합뉴스]

리비아의 카다피군을 공격하는 연합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원군들이 있다. 리비아에 잠입해 활동 중인 특수요원들, 그리고 아랍권 위성방송들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1일 연합군이 리비아에서 군사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데에는 영국의 육군특수부대(SAS) 소속 요원들의 활약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스매시(격파) 팀’으로 불리는 수십 명의 최정예 특수부대원은 3주 전 리비아에 잠입해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무아마르 카디피의 은신처, 레이더 기지, 공군 기지, 대공 포병부대 등이 주 타깃이었다.

　19일 밤(현지시간) 영국의 전투기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쏠 때 이들은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주요 목표물에 휴대용 레이저 광선 발사기를 발사했다. 미사일의 센서는 레이저 광선을 감지, 그곳으로 날아갔다. 영국 군에선 이를 ‘목표물 페인팅’ 기법이라고 부른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2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연합군의 폭격에서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비군사용 건물에 대한 오폭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족집게’ 공습을 한 건 이들 덕분이라고 한다. 스매시 팀이 수집한 정보는 미군에도 공유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 특수요원들은 현재 카다피군의 가장 강력한 대공화기인 216개의 지대공 미사일 위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중해 전역이 사정거리인 러시아제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카다피가 민간 항공기에 테러를 가하려 하면 선제 공격으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연합군의 전투기가 추락할 경우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해 구출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 중 하나다.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등 아랍권 위성방송은 연합군이 과감히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두 방송이 서방 국가가 이슬람 국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때와는 달리 서방의 공격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비아 시민군을 지지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라비야 방송도 연합군에 우호적이다. 카타르와 UAE가 조만간 연합군에 가세할 뜻을 보이고 있는 건 이들 방송이 반 카다피 전선에 서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FT는 그러나 연합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미국·영국·프랑스가 리비아에 친 서방 정권을 세우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낼 경우 이들 방송의 태도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는 21일 아랍권에선 처음으로 연합군에 합류할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의 로랑 테세르 대변인은 “카타르 전투기 4대가 프랑스 전투기와 함께 작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군에 의해 억류됐던 뉴욕 타임스 기자 4명이 21일 풀려나 트리폴리 주재 터키대사관에 인도됐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SAS 부대 마크

◆SAS(Special Air Service)=영국 육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다.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창설된 세계 최초의 전문 특수부대다. 체계적인 훈련과 전술 개발로 전 세계 특수부대의 모델이 돼 왔다. 적 후방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적진을 교란하는 한편 아군의 육·해·공 공격 지원 활동도 한다. 대테러 활동과 요인보호 활동도 한다.

◆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
○ 승무원 : 2명  ○ 길이 : 21.03m
○ 날개폭 : 52.43m ○ 높이 : 5.18m
○ 최고속도 : 마하 0.9 ○ 항속거리 : 9650㎞
○ 가격 : 21억 달러(2조4000억원)
○ 주요 무장 : 순항미사일, 핵폭탄, 정밀유도폭탄(J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