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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 500명 터널 속 ‘공포의 2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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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KTX 열차가 20일 또 탈이 났다. 올 들어 여덟 번째다. 이날 낮 12시 부산역을 출발한 서울행 열차는 출발 13분 만에 부산 금정터널 안에 멈춰 섰다. 이 터널은 부산 금정산을 관통하며 길이가 20.3㎞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열차는 터널 안 언덕 구간을 오르다 갑자기 엔진 출력이 떨어져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열차는 터널 안에서 20분간 멈춰 있었다. 승객 500여 명은 이 시간 동안 터널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승객 김모(35)씨는 “터널 속에 멈춰선 열차 안에 있으려니 다른 열차와 충돌할까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열차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맨 뒤편에 붙어 있는 동력차를 이용해 부산역으로 되돌아갔다. 코레일 측은 “전원장치는 이상이 없어 객차에는 정상적으로 전원이 들어왔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기관사가 객차를 돌며 승객들에게 부산역 복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부산역에 낮 12시57분 도착한 승객들은 다른 KTX 열차로 갈아타고 오후 1시3분 출발했다. 당초 열차는 서울역에 오후 2시35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열차 고장으로 인해 예정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이 때문에 부산발 상행 열차도 한 시간가량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이 항의했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열차는 KTX 개통 당시 프랑스에서 들여온 차량이다. 이 차량은 KTX의 공식 개통에 앞서 운행한 시험 주행(약 10만㎞)을 포함하면 수령이 10년 이상 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 차량에 대해 3500㎞를 운행할 때마다 실시하던 안전점검을 지난해부터 5000㎞ 운행 이후로 연장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인력이 줄어들어 강화해야 할 시설 유지·보수가 반대로 느슨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KTX 차량은 오래될수록 자주 점검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점검주기를 더 연장한 것이 잦은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안전운행과 차량 정비에 대한 총체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TX 는 지난해 차량 고장으로 53건의 운행장애를 일으켰으며, 올해는 지난달만 KTX 산천의 광명역 탈선 사고를 비롯해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장정훈 기자

KTX 최근 사고 일지

2월 6일 KTX 산천, 부산역에서 배터리 고장

11일   KTX, 광명역 일직터널에서 탈선

15일   KTX 산천 대구역에서 통신장애로 지연운행

24일   KTX 산천, 부산발 차량에서 차축감지센서 오작동

25일   KTX, 경기 화성에서 열감지센서 오작동

26일   KTX 산천,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기관 고장

27일   KTX, 서울발 열차에서 모터블록 정지

3월 20일 KTX, 금정터널에서 엔진출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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