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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팔고 기관·외국인은 사는 증시…어느 편에 설 것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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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호 24면

돌고 돌아 원점이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거렸다. 코스피지수의 지난주 하루 평균 장중 변동폭은 올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55포인트에 달했다.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다. 처음에는 일본 지진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희망적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지진 발생 당일 소폭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4일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눌렀다. 지난주 중반 1920대까지 밀렸던 주가는 원전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1980선을 회복하며 한 주를 마감했다. 지진 발생 전날인 10일 종가(1981.58)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주를 시작할 당시의 무거운 마음에 비해 국내 증시는 선방했다.

국내 증시

지난주 내내 개인들이 던진 주식을 기관과 외국인이 거둬들이는 일이 반복됐다. 개인들이 1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판 반면 기관은 8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특히 투신(6000억원)과 기금(1500억원)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지진이 나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 2조1500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이 지난주에는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섰다.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대지진의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증권은 “고베 대지진 이후 석 달 동안 코스피지수 대비 업종별 상대수익률을 살펴보니 IT(21.94%)·철강(11.48%)·운수장비(3.63%)·화학(1.75%)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 등을 주로 사들였다. 덕분에 철강금속 업종이 8.31% 상승한 것을 비롯해 화학(5.51%)·비금속광물(3.18%)·운수장비(2.28%) 업종이 강세였다. 반면 해운과 항공주가 몰린 운수창고업은 유가상승 악재에 여행객 수요 감소 우려가 겹치며 5% 이상 하락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주 11% 이상 올라 두 달 만에 50만원대에 올라섰다.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도 되찾았다. 일본의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철강업계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 피해지역에 속한 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일본 전체의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생산이 줄면 국제 철강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과 전자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번 주에도 좋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동일본 대지진 외에도 리비아·바레인 등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 등이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원전에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가 급락세를 보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최근의 엔화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위기 상황에서도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선 점과 연중 최저치인 1920선이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웬만한 악재에도 버틸 만한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를 간과해선 곤란하다. 원전 사태가 장기화되고, 복구가 늦어지면 전 세계에 일본산 설비와 고급 부품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자동차와 전자업체들이 일본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2위(점유율 32%)인 도시바의 경우 미에현 요카이쓰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D램 3위인 엘피다 역시 북부 아키타 공장이 정전으로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전력 부족으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현물 시장에서는 플래시메모리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전 사태가 진정되면 이번 주부터 일본의 산업피해 규모가 드러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부품을 들여오지 않고, 국내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45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산업 생산이 45일 내에 어느 정도 정상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통상 외부 악재로 시장이 급락할 때 개인은 팔고, 기관과 외국인은 사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에도 이런 현상이 되풀이됐다. 개인들이 팔 때 함께 파는 대열에 참여해선 이익을 내기 어려웠던 게 그간의 경험이다. 개인투자자라면 이 점을 냉정하게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국제 투자자금도 눈여겨봐야 한다. 올 들어 아시아 주식을 팔아 미국으로 가던 펀드투자 자금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EPFR)에 따르면 지난주 선진국펀드에서는 58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문제는 신흥시장 주식펀드에서도 22억 달러가 순유출됐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이 많이 올라 아시아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언제가 될지는 기약이 없다. 백지애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일본 원전 사태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유출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요새처럼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이 나온다. 신중론자로 알려진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은 극심한 변동에서 벗어나 조만간 안정을 찾겠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은 기업의 실적”이라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을 이기고 1분기에 예상만큼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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