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구제역 농가는 힘든데 … 일본 기부의 반만이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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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농가는 구제역 피해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기부에도 신경써 주세요."

'동일본 대지진’ 기부 운동이 앞다퉈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과 트위터러 사이에선 구제역 사태에도 관심을 기울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구제역은 18일로 11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구제역으로 매몰처분된 가축은 소 15만 마리, 돼지 331만 마리 등 347만 3000여 마리에 달한다. 피해액은 매몰가축에 대한 살처분 보상비 1조 4000억 원을 포함해 3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영세 농가는 소ㆍ돼지를 잃고 아직 시름에 잠겨있다. 죽어가는 가축을 본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대지진 모금액 ↑=일본을 도우려는 손길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국내 주요 구호단체의 모금 현황을 집계한 결과 16일 마감 기준 125억원 가량이 답지한 상태다. 대한적십자사에는 주요 방송을 통해 특집 생방송이 전개되면서 59억원의 후원 행렬이 이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64억원이 모아졌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 다른 국제구호단체 모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통 큰’ 기부도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배용준은 10억, 이병헌은 5000만엔(7억여 원), 그룹 JYJ는 6억원을 기부했다. 엔씨소프트는 한 달 매출 전액에 상당하는 5억엔(7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네티즌 모금도 발빠르게 이어졌다. 청원 기부사이트인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3억1000여만원, 다음 아고라 모금청원에선 5일만에 8600여만원이 모였다.

◇구제역 사태 관심 ↓=구제역 피해 농가에는 정부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는 매몰처분한 가축에 대한 것일 뿐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농가는 앞날이 캄캄하다. 보통 국내외적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면 구호ㆍ기부단체들은 특집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나 구제역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높았을 뿐 농민의 시름을 덜어주는 변변한 캠페인은 거의 없었다.

대한적십자사는 “구제역 성금 문의가 일부 있었는데 전국재해구호협회측으로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자연재해가 아니어서 별도로 성금을 모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은 “각 지자체와 함께 구제역 피해지역의 저소득 농가를 대상에게 일정 구호금을 줬지만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집계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시민의 성금 기탁 문의가 많이 와야 성금 캠패인을 기획할 수 있다”며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선 관심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역 피해 기금을 모으자는 네티즌 청원 모금운동은 일부 있었다. 그러나 반응은 매우 저조했다. 네이버 해피빈의 경우 980만원이 모였다. 다음 아고라 모금청원을 통해선 구제역 기금이 한 푼도 모아지지 않았다. 트위터러 @wishYH는 17일 한 구제역 기부 커뮤니티를 알려주며 “일본 후원금은 500억이 넘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이 후원(구제역기금모금)은 한 달이 지났는데도 600만원이 채 안된다. 비교가 부적절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MBC 김주하 앵커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쪽(구제역)도 관심 가져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네티즌 ‘곰탱이야’는 “일본 자연재해 때문에 묻힌 구제역 피해 농가를 먼저 도웁시다”, ‘hyunsil’은 “각국의 일본 구호 현황을 기록해보니 한국에서 기부한 건수가 많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가 재앙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연예인들이 잇따라 거액을 기부하는데 그것의 반의 반만이라고 우리 농가를 위해 써주세요” "구제역 기부를 하고싶어도 창구가 없었다"는 등의 댓글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방송사가 구제역 ARS모금을 했다면 돈을 좀 냈을텐데" "KBS가 구제역 성금을 진행했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KBS측은 “각 농가에 보상이 내려졌기 때문에 별도의 생방송 성금 모으기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는 ‘연평도 주민 돕기’로 35억원, ‘국군장병 발열조끼 성금 모금’으로 24억원을 기부받아 각 단체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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