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권리까지 빼앗은 서울시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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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각종 예산과 사업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갈등을 하는 것을 넘어 최근엔 자신을 뽑아 준 주민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례안까지 발의했다. 게다가 지방자치법에 근거가 없는 유급보좌관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연선(중구2) 의원 등 24명이 시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시행하는 사업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판 의견이 거세다. 그러나 민주당은 조례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조례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당론으로 채택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를 발의한 김 의원은 “당론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조례안 통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이디가 dae***인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의회 독재를 하자는 건가. 다수 의석을 차지했으면 제대로 하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추진하는 조례안을 비판하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투표는 대의 민주주의, 간접 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막는 것은 주민 참정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상위법을 위반하는 조례를 발의한 것은 시의회가 국회 위에 있다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전기성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조례클리닉센터장). 시의회는 또 행정안전부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힌 ‘유급 보좌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말 예산 24억원을 통과시키고 시에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독선적 의회 운영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예고됐다. 민주당은 전체 106석(교육의원 제외) 가운데 79석을 차지해 3분의 2를 넘었다. 조례안은 본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시장이 조례안에 반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지만 3분의 2가 찬성하면 이를 다시 통과시킬 수 있다.

전면 무상급식 조례와 서울광장 신고제 전환 조례는 재의 요구→재의결→시장 공포 거부→시의회의장 공포를 거쳐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의회는 또 양화대교 공사비를 전액 삭감해 현재 이 다리는 한가운데가 ‘ㄷ’자로 굽어진 채 한때 공사가 중단됐다. 민주당(옛 열린우리당 포함)은 한나라당이 전체 106석 중 102석을 차지했던 지난 7대 의회(2006~2010년) 때는 한나라당의 일방 독주를 비판했지만 지금은 반대 위치가 됐다.

  정윤재 전 한국정치학회장은 “국회의원의 공천을 받은 시의원들이 중앙정치 눈치를 보면서 지방의회가 대화와 소통보다는 대결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시의회와 서울시 간에 합의된 사안이 젊은 의원들의 과격한 주장으로 백지화되거나 뒤집힌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태희·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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