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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초과이익공유제, 회의서 통보하듯 언급한 게 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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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한 번만 위원회에서 거른 뒤에 얘기했어도….”

 동반성장위원회의 한 위원의 말이다. 그는 정운찬 위원장이 말한 초과이익공유제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달 방식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회의에서 (정 위원장이) 거의 통보하는 식으로 잠깐 언급한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서도 ‘동반’이 아닌 ‘독주’가 이뤄진 셈이다. 정 위원장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소통 부족의 결과는 늘 그렇듯이 소모적 논란과 갈등이었다. 재계와 관료·학계가 한데 뒤엉켰다. 경제부처 수장들조차 저마다 다른 ‘인상비평’을 내놓으며 논란의 불길을 지폈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갈등 문제는 인화성이 높은 이슈다. 대기업의 독주를 걱정하는 시각과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포퓰리즘이 만개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시선이 섞여 있다. 괜스레 논란만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자기를 만지듯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소통의 내용은 물론 포장과 절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위원은 “초과이익 공유란 말에서 기업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거두고, 이를 독식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바람에 더욱 거부감을 키운 면도 있는 것 같다”며 “동반은 함께 가는 것이고, 대기업도 그 대상인데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줘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내용만으로 보면 ‘성과연동 보상제’ 등으로 표현해도 될 듯한데 굳이 강한 표현을 써서 갈등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본인은 달을 가리켰다는 데도 손가락만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면 손가락에 혹시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동반성장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당사자인 기업들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소통은 단순한 절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말을 물가로 끌어올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이는 건 어렵다. 게다가 요즘 ‘말’들은 몰아붙인다고 잘 끌려오지도 않는다.

동반성장위원회를 민간위원회 형태로 만든 것도 법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문제이니 자발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보자는 취지에서다. 취임 초 기업을 압박하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왜 ‘설득과 스킨십’으로 돌아섰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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