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집권 후반, 충격 주는 경제정책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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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정식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이명박 정부는 이제 임기 후반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에는 다양한 대내외적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당국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금융위기가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부동산 및 가계대출로 인해 지금 우리 금융시스템 내부에는 많은 부실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금리가 높아지는 경우 이번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숨겨져 있던 금융부실이 현실화한다. 그리고 이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예금인출 사태와 금융시장 신용경색으로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 5년 단임제 정치체제하에서는 정치적 경기변동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임기 전반 3년 동안은 경기를 부양시키다가 그 부작용이 커지면 후반 2년 동안 금리를 높이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위기가 초래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상수지 악화와 이로 인한 외환위기가 우려된다.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수입대금 지불이 늘어나고 대(對)중동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경상수지가 악화될 경우 국가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유입되던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1500억 달러나 되는 단기외채의 상환 압력이 높아질 경우 또다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임금인상을 위한 노사분규와 정치적 불안정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원유가격과 원자재가격 상승이 생산원가를 높이고 서민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임금인상 요구와 노사분규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요인 또한 지금의 불안정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선 주자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심화돼 올바른 정책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선거가 있는 해에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책당국은 특히 올해와 내년 경제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정책선택을 경계하는 것이다. 먼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도록 해서 가계부채의 부실과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위기를 당한 나라는 대부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3~4%포인트 급속히 올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정상화하기 위한 금융기관과 기업의 급격한 구조조정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도 선거가 있던 해에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율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 갑작스러운 외환유출을 막아야 한다.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을 과도하게 내릴 경우 경상수지가 악화돼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금융부실이 많은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정책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내년과 같이 선거가 있는 시기에는 정치적 혼란이 이러한 정책충격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으므로 정책 선택에 조심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도 중동사태와 중국의 민주화, 그리고 북한 문제 같은 불안정한 충격이 올 수 있는 올해와 내년에는 정부의 정책운용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김정식 한국국제금융학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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