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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디지털영화 〈눈물〉제작중인 임상수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난 95년 라스 폰 트리에를 비롯한 일단의 덴마크 감독들이 새로운 영화를 위한 '순수 서약' 을 했다. 이른바 '도그마 95'. 여기에 담긴 열 가지 계명은 세트촬영이나 특수조명을 금한다거나, 카메라는 꼭 들고 찍는다 등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몇 년 안 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특별상을 받은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셀레브레이션〉 (4월 국내 개봉)은 '도그마 95' 의 첫 작품. 부권(父權)에 도전하는 장남의 이야기를, 역시 기존 영화의 독단(도그마)에 도전하는 형식미로 포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 영화계에 이처럼 영화적 타성에 대한 저항으로 2000년을 준비하는 신예 감독이 있어 관심을 끈다. '도그마 95'의 모방처럼 비칠지도 모르지만 신기술과 저예산, 비(非)스타 기용 등으로 영화계의 '변형문법' 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지난해 데뷔작으로 풍부한 성(性)담론의 장을 제시했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37)감독이 그 주인공.

임감독이 내년 4월 개봉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두번째 작품은 〈눈물〉 (영화사 봄 제작).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처음으로 1백% 디지털비디오 작업을 통해 촬영한다는 점이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6㎜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이를 키네코 작업(비디오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일)을 통해 일반 극장에 개봉할 계획이다. 임감독은 "순제작비를 3억원대로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이동이 자유로워 다양한 앵글을 구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고 밝혔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셀레브레이션〉에서 보듯 이 영화의 약점은 거칠고 희미한 화질.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성격과 내용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임감독이 3년 전부터 구상한 '눈물' 은 서울 영등포 가리봉동의 유흥업소를 떠도는 10대 네 명의 이야기다. 임감독은 지난 1년간 이곳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만나 직접 고민을 듣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가출청소년들의 꿈과 좌절을 통해 이 시대 10대들의 성문제를 환기시키겠다" 고 말했다.

유사(類似)다큐멘터리를 지향, 꾸밈없는 연기를 '날것' 그대로 풋풋하게 펼칠 인물들을 현재 캐스팅 중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몰고 올 파장. 자칫 청소년들을 상업영화에 끌어들여 대담한 성적 유희를 벌이게 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될 위험성이 많아 임감독은 고문변호사를 두고 수위를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임감독은 "그런 금기의 영역을 뛰어 넘는 길은 오직 고도의 작품성 뿐" 이라며 의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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