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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스마트폰 영화, 안방TV서 이어 보니 편리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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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요즘 TV를 켜면 배우 김갑수씨가 등장하는 ‘호핀(hoppin)’ 광고가 자주 나온다. 그가 한복도 입었다가 잠옷도 입었다가 하며 다양한 종류의 죽음 순간을 연기하는데 일반인들은 이 광고가 뭘 말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호핀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N스크린 서비스다. ‘우리 이번 모임의 비용은 N분의 1로 나누자’고 할 때 쓰는 바로 그 N이다. 이때 N은 ‘몇 명이 됐든 여기 모인 사람 수대로 비용을 나누자’고 할 때 쓴다. N스크린은 몇 개의 스크린이든 상관없이 동일한 콘텐트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PC·스마트폰·TV 등 3개의 스크린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태블릿PC까지 포함하면 4개의 스크린이 된다. 이전에는 PC·TV·휴대전화 등에서 같은 콘텐트를 보려면 각각의 기기에 별도 다운로드를 받아야 했다. N스크린 활성화로 한 콘텐트를 간단한 조작을 통해 각종 기기에서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건 ‘이어 보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가령 회사에서 PC로 영화를 보다가 귀갓길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그 다음 장면을 바로 이어 보고, 집에 가서는 TV로 나머지 부분을 보는 식이다.

 N스크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건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흔히 ‘구름’으로 지칭되는 인터넷 서버에 콘텐트를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 3사는 각각의 N스크린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이들 서비스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SKT ‘호핀’, 폰을 셋톱박스로=SK텔레콤 N스크린 서비스의 핵심은 스마트폰이 셋톱박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셋톱박스란 ‘TV 위에 설치된 상자’를 의미하며, 통신망을 통해 전달된 영상 정보를 TV에 맞게 바꿔주는 중계자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이 판매하고 있는 ‘갤럭시S 호핀’은 스마트폰인 동시에 셋톱박스 역할을 한다. 호핀폰을 TV에 연결하면 휴대전화에서 보던 영상을 TV에서 바로 이어 볼 수 있다. 호핀폰을 TV의 고화질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HDMI) 단자와 연결된 거치대(크레들)에 꽂기만 하면 된다. 두 기기는 와이파이 망으로 연결된다. 거치대에 꽂기 전 호핀폰의 네트워크 환경을 ‘와이파이’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전송 기술)’ 사용으로 설정해 놓아야 하는 이유다. 블루투스를 설정하는 건 TV 리모컨과 폰을 동기화(일체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호핀폰에서 ‘호핀 리모컨’ 블루투스를 설정하면 리모컨으로 TV를 조절할 수 있다. TV가 스마트폰과 똑같은 기능을 하므로 영화를 보는 중간에 걸려온 전화를 리모컨으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영화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털 ‘네이트’에서 호핀폰용으로 제공되는 영화를 도토리(네이트닷컴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로 구매해야 한다. 영화 한 편이 500~5500원으로 일반 IPTV에서 파는 가격과 동일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TV의 종류는 제한적이다. HDMI 단자가 있는 2006년 이후 출시된 평판TV여야 한다. 올 2월 출시된 호핀폰은 지금까지 5만 대가량 팔렸다. 호핀폰은 일반 갤럭시S와 크기는 같지만 무게는 조금 더 나간다. 가격은 갤럭시S와 동일하고 요금제도 같다. 월 5만5000원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KT·LGU+는 내 파일도 업로드=KT와 LG유플러스의 N스크린 서비스는 각 이용자에게 제공한 ‘클라우드’(인터넷 저장공간)를 활용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KT는 자사의 휴대전화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게 20기가바이트(GB) 크기의 인터넷 저장창고 ‘유클라우드’를 무료로 준다. LG유플러스는 10GB짜리 ‘U+박스’를 준다. 자사 가입자가 아닐 경우 KT는 월 5000원에 20GB, LG유플러스는 월 3000원에 50GB의 저장공간을 판매한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사진·동영상·문서 파일 등을 이 공간에 저장해 놨다가 원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단 TV를 통해 콘텐트를 보려면 각 사의 IPTV 서비스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 KT는 IPTV 735번 채널에서, LG유플러스는 ‘스마트TV’ 채널에서 볼 수 있다. 호핀폰처럼 전에 보던 곳부터 이어 볼 수는 없고 빨리 돌리기 기능을 이용해 보던 곳을 찾아야 한다. LG유플러스는 동일 콘텐트가 TV·PC·스마트폰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독자적인 인코딩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회사 클라우드사업팀의 유영글씨는 “지금은 N스크린 초창기라 업체마다 다양한 기술 개발을 시도하는 중”이라며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종류가 많아짐에 따라 여러 기기를 연결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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