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일본 대지진] 한국 원전, 핵분열실-수증기실 분리 시켜 훨씬 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일본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종인 박사(전 한국원자력학회장)는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원자로와는 달리 우리 원자로는 훨씬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 형태부터 큰 차이가 난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핵연료봉 바로 위에 수증기를 만드는 공간이 있다. 핵분열실과 수증기 생산실이 하나인 ‘일체형’이다. 원자로 냉각수가 수증기가 돼 터빈을 돌린다. 이번 사고처럼 냉각수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냉각수가 계속 증발되면 냉각수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원자로는 분리형이다. 원자로는 열만 생산하고 증기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다. 원자로가 1차 냉각수를 데우고, 1차 냉각수가 다시 2차 냉각수를 데운다. 데워진 2차 냉각수는 증기가 돼 터빈을 돌린다. 1차 냉각수는 소모되지 않고 순환하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처럼 수증기로 날아갈 염려가 없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원자로는 40년이 넘은 구형으로 발전용량도 460㎿에 불과하다. 한국 원전은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587㎿ 규모)이 1978년 가동을 시작해 33년째를 맞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규모 6.5~7.0 지진이 바로 밑에서 터져도 끄덕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영향 가능성은=후쿠시마에서 누출된 세슘(Cs)-137과 요오드(I)-131 등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14일과 1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한반도 주변 상층 1.5㎞ 높이에서 부는 공기 흐름을 예측한 결과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쿠시마 지역에는 늘 서풍이 불기 때문에 누출된 방사능이 한반도 쪽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울릉도의 방사선 준위가 13일 오후 현재 0.14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측정돼 자연방사선 수준(0.1~0.2μSv)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노심용융(爐心鎔融, meltdown)=원자로 내부의 핵원료봉이 고열에 의해 녹는 현상. 원자로가 정상일 때는 핵연료봉이 냉각수에 잠겨 있어 기준 이상의 온도로 달궈지지 않는다. 핵연료봉의 피복제인 지르코늄 합금은 섭씨 1200도, 그 안의 우라늄은 섭씨 2200도가 넘으면 녹아내린다.

◆방사능 물질=불안정한 원소의 원자핵이 스스로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 원자로가 폭발하면 세슘(Cs·Cesium)·스트론튬(Sr·Strontium)·요오드(I·Iodine) 등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된다. 이들 방사능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세슘·스트론튬은 뼈에, 요오드는 갑상선에 잘 달라붙는다.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마이크로시버트(μSv)=방사선량 측정 단위. 1년 동안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1000마이크로시버트다. 일본의 경우 시간당 피폭량이 500마이크로시버트를 넘으면 총리가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 대피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