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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3호기 폭발 막아라” 최후의 수단 바닷물 들이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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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초래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심상찮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도 수소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이 13일 밝혔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3호기에서도 냉각수 공급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1호기 건물 내 수소 폭발도 냉각수 공급 중단이 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호기도 1호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측은 수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각수 공급 중단 이후 원자로 내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비춰보면 수소 폭발이나 다른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측은 바닷물과 붕소를 섞은 물을 원자로에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주입하는 바닷물이 증발하는 바닷물의 양보다 적을 경우 냉각수 부족으로 1호기처럼 노심이 녹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현 상태에서 시급한 것은 원전 건물 내의 수소를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를 뽑아낸다 하더라도 노심이 녹은 상태에서는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수소의 양이 훨씬 더 많아 건물 내 수소 양을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분한 냉각수 보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3호기와 이미 폭발을 일으킨 1호기 외에도 후쿠시마 제1, 2 원자력발전소 내에 있는 자동정지된 나머지 5기 원자로 중 2~3기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1호기 수소 폭발 사고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그때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원전 전체가 폭발해 수십t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됐고, 수십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봤다. 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처럼 노심이 녹아 내렸으나 수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사능 물질이 원전 건물 밖으로 유출되지 않았고 인근 주민도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4월 26일 소련 당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Kiev)시 남쪽 130㎞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 사고 당시에는 31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 피폭 등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9000명을 넘는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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