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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방사능 샜다”… 21만 명 필사의 대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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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이 휩쓸고 간 다음 날인 12일 미야기현 나토리시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던 주민을 구출하고 있다. 미야기현의 미나미산리쿠에서만 1만여 명이 실종되는 등 전체 사망·실종자는 최대 4만 명에 이르고 있다. [나토리 AP=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평양전쟁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한 원폭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13일 오후 일본을 강타한 강진의 여파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현 후타바(雙葉)군. 대피소로 향하던 주민 오노 마사노리의 말이다. 우려했던 방사능 누출 사태가 현실화되자 후쿠시마는 전쟁을 앞둔 도시처럼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주민 21만 명이 대피에 나서면서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찼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방사능 피폭 피해자가 190명이 넘는다는 보도까지 나온 터라 ‘사지(死地)’에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필사적이었다. 대피 중에도 멀미를 느낄 만큼 강력한 여진이 간헐적으로 이어졌으며, 정전 사태는 불안감을 키웠다. 일본 재난당국은 14일 이바라키(茨城)현 소재 도카이 원자력발전소 2호기 냉각펌프의 작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피소에는 모여든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의 얼굴에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가득했다. 원전 직원들은 주민들을 상대로 일일이 방사능 피폭 여부를 측정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상공에는 자위대 헬기가 하루 종일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하느라 분주했다. 주민들이 대피를 마친 저녁, 후쿠시마에서 가장 번화한 기차역 앞 도심은 텅빈 유령 도시의 모습이었다. 일부 호텔만 문을 열었을 뿐 상가는 이미 문을 굳게 닫았다. 기자가 묵고 있는 도요코인 호텔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식량과 식수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생수를 구하러 도심을 한 시간가량 헤맨 끝에 겨우 문을 연 편의점 한 곳을 발견했지만 생수는 이미 동이 난 후였다.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가 이처럼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일본 열도는 초긴장하고 있다.

 TBS 등 일본 언론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2800명을 넘어섰다고 13일 보도했다. 하지만 NHK 등은 미야기(宮城)·이와테(岩手)·후쿠시마현 등에서 사망·실종자가 4만 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규모를 8.8이 아닌 9.0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13일 밤 기자회견에서 “전후 65년에 걸쳐 최대 위기”라며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인지 모든 국민이 시험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의 안전과 여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 원자로에서 노심용융(爐心鎔融·meltdown)이 발생해 이 지역의 방사선량이 법적 허용치를 넘어섰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도 제1원전의 경우 반경 10㎞에서 20㎞로, 제2원전은 반경 3㎞에서 10㎞로 확대됐다. 도쿄 인근에선 이날도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기상청은 “3일 내에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했다.

 원전 운영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TEPCO) 측은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의 냉각시스템에도 이상이 발생해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폭발을 막기 위해 원자로에서 증기를 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 노심용해가 일어나고 외부 건물이 폭발했던 제1원전 1호기에 대해서는 바닷물과 붕소를 퍼부으면서 노심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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