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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기록하는 두 여성 사관 … 2급 승진 권하자 “지금 충분” 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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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승진을 마다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공무원도 다를 바 없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초 청와대 인사에서 승진을 마다한 두 여성이 있었다. 청와대 제 1부속실 소속 김윤경(37·사진 왼쪽)·이진영(36) 행정관이다. 두 행정관은 3급 행정관에서 2급 선임행정관으로 오르는 걸 사양했다. 2급 선임행정관부터는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소속이 된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 불과 1500여 명만이 고공단 소속이다. ‘신분’이 달라질 기회인데, 이를 뿌리친 셈이다. 청와대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여러 차례 “승진하라”고 설득했는데도 두 사람 모두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승진을 마다한 이유는 뭘까.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지금 자리로도 충분하다. 대통령에게 부담드리고 싶지 않다’면서 사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사람이 ‘승진하려고 대통령 옆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통령을 모실 사람들이다.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 데 우리가 승진할 몫을 다른 분들에게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얘기를 전해 듣곤 “두 사람의 뜻이 곱다. 정 그러면 원하는 대로 해주라”며 두 사람의 ‘고집’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남자들 10명과도 안 바꾼다”고 아껴온 측근들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 행정관은 서울시 공무원 시절인 2002년 이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이 대통령과 함께했다. 이 행정관은 2000년 5월 이 대통령이 LK-e뱅크 회장으로 재직할 때 비서로 일했다. 2001년 회사를 떠났다가 2002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때 합류했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말을 기록,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이들”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에선 두 사람을 두고 “10년간 이 대통령 옆에서 일하다 보니 대통령 의중을 잘 알고 판단력이 남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숨은 조언자’로도 불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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