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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우려” 긴급사태 첫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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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동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 발전소 2호기의 연료봉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 주변 2㎞ 이내의 주민 1864명에게는 대피를 지시했고, 반경 3∼10㎞ 지역의 주민은 집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원자로 내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연료봉이 노출돼 방사능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일 뿐 아직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에다노 장관은 앞서 오후 7시45분쯤 기자회견에서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원자력재해특별조치법 규정에 따라 원자력 긴급사태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2000년에 법을 제정한 이래 원자력긴급사태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지진의 영향으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 2호기가 자동 정지한 데 이어 냉각 기능에 이상을 일으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늦게 "원자로 수위가 안정돼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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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제1 원전 2호기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 누출을 조기에 잡지 못하면 심각한 원전사고가 우려된다. 냉각수 속에 있어야 할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되면 고열로 연료봉과 원자로 내부가 녹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원전에서는 원자로를 정지한 상태에서도 계속 냉각수를 순환시켜 원자로 내부의 열을 빼낸다.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고가 그 열을 견뎌주지 못한다면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는 노심이 녹고 격납 건물조차 없어 세계적인 원전 재앙을 일으켰었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고가 있다. 만약 냉각수 누출을 잡지 못해 노심이 녹아 내린다 해도 격납고가 버텨준다면 원전 외부의 피해는 막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고는 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났다. 냉각수 관련 장치 파열로 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되고 녹아내렸다. 그러나 원자로 격납 용기가 막아줘 방사능 물질의 외부 누출은 없었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에서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풍향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동풍이 불면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로 건너올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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