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휴대전화 충전, 가능하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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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버스에서 휴대전화나 MP3 같은 휴대전자기기의 충전이 실제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에 설치된 교통카드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단말기를 이용해 충전하면 단말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2일 한 인터넷 카페에 '버스에서 아이폰 충전하기'라는 제목으로 사진 2장이 올랐다. 이 사진은 아이폰 사용자가 교통카드 단말기에 USB 포트를 꽂고 실제 충전이 되는 장면을 찍은 '인증' 사진이었다. 이 방법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네티즌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다” “왜 집에서 충전하나요?” “이제부터 뒷문 쪽 자리 경쟁이 치열하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통카드 단말기에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위한 USB 단자가 2개 있다. 평소에는 무선으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지만, 무선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USB를 설치한 것이다. 교통카드 단말기의 USB 포트는 국제표준규격이다. 아이폰 뿐 아니라 대부분 스마트폰과 MP3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의 충전 가능하다는 얘기다.

버스의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스마트카드사 정현규 홍보과장은 “교통카드 단말기를 이용한 충전은 기기를 파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말기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악의적인 의도로 시스템을 조작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자칫하면 전압에 민감한 고가의 휴대전화가 파손되거나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단말기마다 '충전 불가'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은 2004년에 구축됐으며, 7760여 대의 버스에 모두 설치됐다. 작년부터 USB 단자가 없는 신형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보급률은 낮다.

심영규 기자 s09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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