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LG, 아예 공개 비교시연회를 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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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D TV를 놓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3D TV 기술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겠다며 8일 서초사옥으로 기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전무는 LG가 말장난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3D 영상은 수평 촬영으로 만들어지는데 누워서도 편하게 TV를 볼 수 있다는 LG 광고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김 전무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권 사장이 편광필름(FPR) 방식도 풀HD TV라고 했다는데, 이는 이론적 근거가 없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9일 LG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삼성이 일방적으로 자사 제품을 폄하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누워서 TV를 볼 수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진화라고 맞섰다. LG 측은 삼성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도 했다.

 두 라이벌의 반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TV시장은 경쟁은 치열하고 남는 것은 별로 없는 ‘레드 오션’이다. 이런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3D TV다. 양사의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하지만 이런 치졸한 싸움은 두 회사의 이미지만 끌어내릴 뿐이다.

 이런 논쟁은 생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상호 비난전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런 싸움을 벌이고 있다니 볼썽사납다. 삼성은 LG가 한물간 FPR 기술에 매달리고 있다며 꼬집었는데, 경쟁사가 그러든 말든 자신들만 제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대표기업답지 않게 스스로 흥분해 자제력을 잃은 모습도 보여줬다. “LG 개발인력에는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 같다”는 거친 표현이 그렇다.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이런 비방전을 펼치느니 양사가 공개 비교 시연회를 여는 것이 합당하다. 두 회사의 대표 엔지니어가 나와 자사 기술을 차분히 설명하면 판단은 소비자들이 하게 될 것이다. 누워서 봐도 3D TV의 입체감이 잘 살아나는지 아닌지 간단히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