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하라, 어릴 때 나를 오카상이라 했다. 그래서 낸 성금 불법이면 국적차별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마에하라 세이지(48) 외상에게 헌금을 줬다 문제가 된 재일동포 장옥분(72·사진)씨는 “이제 외국인도 공무원이 되는 세상인데 외국인이 헌금하면 안 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자신의 헌금으로 마에하라 외상이 사임하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장 씨는 마에하라 외상이 12살 때 부친을 여의고 15살 때 장 씨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 주변으로 이사를 온 뒤부터 가까워졌다고 한다. 장 씨는 한국 및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에하라 외상은 내 둘째 아들과 동갑이라 우리 가게에 들릴 때마다 나를 ‘오카상(어머니)’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그 뒤 마에하라가 정치인이 되자 조그만 정성이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5년 전 마에하라의 홍보물 속에 성금을 보내는 계좌용지가 들어 있어 ‘기무라 주코’라는 내 일본 이름으로 돈을 송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돈을 솔직히 정치자금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며 “그냥 집안끼리 친밀하게 지내면서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를 따진 적 없이 애경사때마다 돕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이 준 성금이라고 불법 자금이라고 한다는데, 언제까지 이처럼 재일 한국인이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장 씨는 교토시 야마시나구에서 불고기 음식점인 ‘야키니쿠 준’이라는 가게를 38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음식점을 하며 일본인과 똑같이 세금을 냈는데 선거권도 없고 정치자금도 못 낸다니 이런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에하라 외상이 사임한 6일에는 장 씨의 가게에 일본의 극우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협박전화가 간간이 걸려왔다고 한다. 7일 가게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