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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회계사·의사 … 자영업 4만6000명 세무 검증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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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변호사·회계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세무검증제’가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실신고확인제’로 확대·강화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을 버는 사업자들은 모두 세무대리인의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세금의 5%를 가산세로 물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검증제’를 ‘성실신고확인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상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당초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를 막기 위해 수입액이 5억원 이상인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자(변호사·회계사·의사 등 전문직과 학원, 골프장, 유흥주점 등) 등에 대해 국세청에 세금명세를 신고하기 전 세무대리인의 검증을 받도록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 논의과정에서 ‘일정 기준금액 이상인 모든 업종의 사업자’로 대상을 확대하고 업종별 기준금액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재정부는 업종별 수입액 기준으로 ▶광업과 도소매업은 30억원 이상 ▶제조업·음식숙박업은 15억원 이상 ▶부동산업·서비스업은 7억5000만원 이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 금액이 높아졌지만 업종이 확대됨에 따라 대상자 규모는 정부가 예상했던 2만여 명에서 4만6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애초 ‘공정 과세’를 내세우며 변호사·의사 등 특정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 누락을 정조준했던 정부의 예봉은 다소 무뎌졌다. 성실신고 확인대상 사업자인데도 세무대리인의 확인을 받지 않을 때 부과하는 가산세도 애초 소득세 산출세액의 10%에서 5%로 낮아졌다.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의 상습적 탈세와 체납은 법에서 정해진 의무를 성실납세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사회’ 구현이라는 국정 과제와 어긋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기획재정위는 또 이날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 세제지원방안으로 양도세 감면과 펀드의 배당소득 과세특례 등을 담은 소득세법 등 관련법 개정안도 가결 처리했다.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위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물가 책임론을 제기하자 “(물가에 대한) 책임을 물으신다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며 물가관리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논란과 관련,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출 경우 유류세 인하보다는 관세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기획재정위에서 “현 단계에서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3%)는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전세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매입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면서 수급이 맞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단기간에 전세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내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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