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첫 패배 … 카다피 고향 인근 빈 자와드서 정부군, 시민군에 대화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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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민군에 일격을 가한 리비아 정부군이 여세를 몰아 석유 요충지 라스라누프 탈환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중부 소도시 빈 자와드에서 시민군을 격퇴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정부군은 7일 60㎞를 더 동진해 라스라누프로 진격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벵가지에서 출발해 수도 트리폴리로 전진을 거듭하던 시위대는 빈 자와드에서의 패퇴를 계기로 기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4일 석유 수송항인 라스라누프를 점령한 시민군은 다음 날에도 별 다른 저항 없이 빈 자와드에 입성했다. 하지만 밤이 되자 빈 자와드 시내에 매복해 있던 정부군이 시가지로 들어온 시민군에 집중포화를 퍼부어 상황을 역전시켰다. 빈 자와드는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에서 동쪽으로 160㎞ 떨어진 교두보다. 이곳이 함락되면 제2의 수도로 불리는 시르테는 물론, 트리폴리마저 위험해져 정부군으로선 배수진을 쳐야 할 상황이었다.

 빈 자와드 전투 후 시민군은 지난달 15일 봉기 이후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시민군 지도자인 알리 에리시 전 리비아 이민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민군 지원을 질질 끄는 바람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 정부가 최근 벵가지의 시민군에게 무기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타진했지만 사우디 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유리해지자 카다피 측은 국내외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카다피는 7일 ‘프랑스24’ TV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는 세계 평화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서방의 지지를 호소했다. 인도적 목적의 실사단을 트리폴리에 파견하겠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도 받아들였다. 정부 측의 자달라 아주스 알탈리 전 총리는 이날 국영TV에 나와 “더 이상의 유혈 사태나 외세 개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 기회를 달라”고 처음으로 시민군에 대화를 제안했다. 시민군 측은 “어떤 대화든 카다피의 퇴진이 전제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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