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독창적이고 과격한 침투, 백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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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2보(17~25)=왕레이는 중국 랭킹 16위. 중국이 우리보다 허리가 두텁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력자라 볼 수 있다. 중국은 7대 기전의 우승자가 다 제 각각이고, LG배 우승자 박문요도 랭킹이 겨우 12위다. 허영호 8단은 무려 4위다. 지지부진하던 그가 언제 어느 순간 꿈을 깨기 시작한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변했고 그 첫 무대가 삼성화재배였다.

19로 펼치자 우변 일대가 광활하다. 백의 삭감이 시급한데 첫 수는 어디일까. 흑▲가 한 칸 좁게 있다면 백은 당연히 ‘어깨집기’라는 낙하산 수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사실은 지금도 ‘참고도’ 백1의 어깨집기면 무난하다고 한다. 하지만 왕레이 6단은 20으로 아주 깊숙이 침공해 왔다. 가벼운 삭감 대신 파괴와 전투를 선택한 것이다. 21은 일단 눈감고 둘 수 있는 매우 기분 좋은 협공이다. 흑은 먼저 이득을 챙겼기에 위쪽에선 웬만한 일이 벌어져도 웃을 수 있다. 반대로 먼저 실점한 백은 위쪽에서 필히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수들은 먼저 손해 보는 수를 극히 꺼린다. 20은 그 점에서 과격한 수다).

왕레이는 서슴없이 22로 막았고, 23에 24로 마주 젖혔다(20-22의 콤비는 아마도 왕레이의 독창적 연구라고 보여진다). 25의 절단도 외길. 쌍방 돌이 엉킨 일촉즉발의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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