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중국인이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하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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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하지 않는 이유

하버드대 사회학자 마틴 화이트(Martin Whyte)교수는 2월 말 열린 '미중 경제안보 리뷰 위원회' (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가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한 패널 중 한 명이다.

그 위원회는 매년 미국 국회에 중국의 정치, 사회 현안들을 분석해 미국의 대중정책을 조언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날 청문회의 초점은 갈수록 벌어지는 중국의 소득격차, 그리고 개혁개방 이후 진행된 경제개혁에 비해 현저히 뒤쳐지는 정치개혁 문제가 중국사회에 어떤 불안정 요소를 주는 가에 맞추어졌다.

화이트교수는 중국 농촌/도시 소득 격차 등 그가 최근에 시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운을 떼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또 모두에게 익숙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중국 국민들은 날로 벌어지는 소득격차가 매우 불공평하다고 느끼면서 중국공산당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는가?"

그는 답을 한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확실한 No'이다."

그는 당황한 청중들이 태도를 다시 고쳐 잡을 겨를도 주지 않고 더 대담한 주장을 한다. "나는 이러한 소득 불공정 패턴을 정권의 불안정요소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안정요소로 본다."

소득 불공정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중국에서 2007년에 이미 0.47를 넘었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는 한 2년 동안 중국은 지니 계수를 더 이상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올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지니 계수가 이미 0.5 수준에 도달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사회 혼란 야기'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화이트 교수의 생각을 이렇다. "중국의 소득 격차는 실제 존재하는 문제지만 중국경제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고, 소득격차 문제는 바로 이 배경 하에 존재하는 것"임을 그는 환기시킨다. "각 개인 본인의 소득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한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남들보다 빠르게 부를 축적하는 일부가 나머지의 동기유발도 시킬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중국인들이 느끼는 소득격차에서 오는 불만 정도는 "서독, 영국, 일본 수준과 비슷'하다고 하며 "중국인들이 특별히 더 화가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중국 판 재스민 혁명'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그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바로 "중국인들이 부패한 관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바로 그 관리 때문에 '자신'의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주장은 신선했다. 하지만 반박도 적지 않았다. 패널로 참가한 또 한 명의 유명한 중국통인 '외교위원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소속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박사는 "중국 지도부 자체가 사회 깊숙이 퍼져있는 불안정과 불만을 해결할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써니리 (=베이징)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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