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부동산·주식에 편중 … 분산투자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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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이슬람채권인 수쿠크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프라이빗 뱅킹(PB) 분야 최고경영자(CEO)인 셰인 넬슨(사진)은 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수쿠크 시장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넬슨 CEO는 “중동뿐 아니라 동·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심지어 인도에도 수많은 이슬람교도가 있고 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맞는 이슬람식 금융시스템이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슬람식 은행시스템을 브랜드화한 ‘스탠다드차타드 사딕’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수쿠크 시장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은 그룹 내 PB 분야의 총책임자답게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도 정리해 줬다. 그는 “최근 리스크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지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고객들의 투자성향은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차이는 있다. 넬슨은 “서구 국가들의 부유층이 부(富)의 보존을 중시한다면 아시아 부유층은 부의 창출과 증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의 특징도 언급했다. 한국인들은 부동산과 한국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해서도 분산투자가 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의 편중성 얘기다. 넬슨은 또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성들이 자산 관리를 맡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SC제일은행도 이런 점을 감안해 상품 마케팅 전략에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부의 창출이 서구 국가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고, 아시아 전체적으로 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리서치 기관의 리포트도 인용했다. 2013년 말이면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가장 많은 거액 자산가를 가진 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란 내용이었다. 지난해 PB 자산은 세계적으로 31% 증가했지만 아시아에서는 39%나 늘어났다.

 SC그룹은 금융위기 때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비즈니스의 중심을 아시아·아프리카·중동에 뒀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시장에서 SC그룹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그는 “지난해 인도와 홍콩 비즈니스에서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는데, 인도가 처음으로 홍콩을 다소 앞섰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로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성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케냐·탄자니아·가나 등의 아프리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SC그룹은 기업금융 차원에서도 한국 기업을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수쿠크(Sukuk)=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금융상품. 실질적으로 채권이지만 실물거래를 통해 이자 대신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한다. 정부는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 다른 채권에 붙지 않는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가 있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 측이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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