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고양중앙마라톤] 1위 젭투 “아름다운 호수, 교통 통제 … 완벽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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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인 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1 고양중앙마라톤대회에 출전한 1만여 명의 참가자가 일반부 풀코스 출발신호에 따라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고양=김상선 기자]

“코스가 무난하고 좋았어요. 사방이 뻥 뚫린 대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케냐의 프리스카 젭투(27)는 1시간 넘게 전력으로 달리고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동료와 수다 떨기에 바빴다. 21.0975㎞를 달리는 하프마라톤은 몸풀기처럼 느껴졌다.

 젭투는 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1 고양중앙마라톤 여자 엘리트 하프 부문에서 1시간10분26초로 우승했다. 2위 엘리스 저멜리 팀빌릴리(케냐)에 45초 차 앞선 완승이었다. 지난해 페니나 제롭 아루세이(케냐)가 작성한 대회 기록 1시간8분35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임경희의 한국 기록(1시간11분14초)은 가뿐히 뛰어넘었다. 팀빌릴리와 가볍게 포옹한 젭투는 “한국 방문도, 고양중앙마라톤 참가도 처음인데 우승을 하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매우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밝게 웃기는 했지만 기록에는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날씨가 추워 힘들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 10㎞ 구간에서 체력이 많이 달렸다”며 “1시간8~9분대를 목표로 잡고 왔는데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하프마라톤 최고 기록은 지난해 세운 1시간10분08초다.

 젭투는 세계 여자 마라톤의 기대주다. 2009년 데뷔해 지난해 이탈리아 토리노마라톤에서 2시간27분02초로 월계관을 썼다. 1년 전에 비해 3분38초나 앞당긴 기록이었다. 키가 1m70㎝인 그는 긴 다리를 이용한 넓은 보폭과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키운 심폐 지구력을 바탕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최고 기록만 놓고 보면 출전 선수 중 3위였지만 누구도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그의 스피드는 출발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여자 하프 부문 우승자 프리스카 젭투. [이영목 기자]

 이날 여자 엘리트 하프 부문은 검은 대륙의 잔치였다. 1위 젭투부터 6위 예시 에세이아스 테셈마(에티오피아)까지 입상자 6명이 모두 마라톤 강국인 케냐 또는 에티오피아 출신이었다. 중국과 일본 선수가 각각 2명, 모로코 선수가 1명 출전했지만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승상금 1만2000달러(약 1300만원)를 거머쥔 젭투는 “호수를 낀 코스가 아름다웠고 교통통제도 매우 훌륭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대회였다”며 “내년에 다시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김상선·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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