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엔 지구 물의 두 배 존재…생명 탄생 조건 원시지구와 비슷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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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목성계 탐사(EJSM)’는 인류 최초의 본격 행성 탐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협동해 추진하는 계획이다. 중앙SUNDAY는 이번 ‘유로파·가니메데 탐사’ 스페셜 리포트를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도움으로 제작했다. JPL내에서 EJSM을 직접 담당한 유일한 한국 과학자 전인수(48·사진) 박사와 수차례 화상통화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JPL은 토성 탐사 우주선 ‘카시니’를 설계, 제작한 나사의 핵심 연구소다.

목성계(목성과 목성을 둘러싼 위성) 탐사의 의의는 ‘생명체 탐사’다. NASA와 ESA의 합동 프로젝트인 이번 미션에서 NASA의 탐사선 JEO(Jupiter Europa Orbiter)는 유로파를, ESA의 탐사선 JGO(Jupiter Ganymede Orbiter)는 가니메데를 각각 탐사한다. 둘 다 위성 이오의 화산 활동과 목성 대기와 같은 역동적 현상을 관측하고 목성의 자기권을 측정한다. 목성 자기권과 4개 위성간 상호작용, 유로파·가니메데 표면 아래의 바다도 규명한다. 각각 11개와 10개의 상호 보완적 장비를 싣고 현재 계획으론 2020년 2월 29일 지구를 출발한다.목성의 위성은 지금까지 63개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중 유로파·가니메데·칼리스토·이오는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했다. 확인된 63개 외에도 작은 천체들이 더 있다. 이들을 위성으로 본다면 목성의 위성은 112개나 된다. 그런데 왜 유로파와 가니메데일까. 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유로파와 가니메데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NASA의 4개 전문 분야는 우주물리학, 태양계 물리학, 지구과학, 행성과학이다. 그중 행성과학의 가장 큰 연구 분야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는 물이 필수적이므로 물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그동안 화성·목성 등을 탐사해봤는데 물이 있을 확률이 가장 큰 곳이 목성의 유로파와 가니메데다. 1989년 발사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가 보내온 사진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로파와 가니메데·칼리스토 3개 가운데 앞의 두 위성에 물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음 밑에 엄청난 규모의 바다가 있고 그 속엔 수중 생명체가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유로파의 얼음 두께는 10~20㎞ 정도, 그 아래 깊이 60~150㎞의 바다가 있다고 본다. 유로파 얼음 표면의 온도는 섭씨 영하 160도다. 그럼에도 그 아래 바다가 있는 것은 목성의 기조력, 즉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 때문이다. 이 힘 때문에 유로파가 수축·팽창하고 그 운동에너지의 일부가 열로 바뀌면서 얼음이 녹는 것이다. 유로파의 크기는 달과 비슷하지만 그곳에 있는 액체 상태의 물은 지구 바닷물을 합친 양의 두 배다. 하지만 그 속에 물고기가 산다는 건 상상으로 나온 얘기다.”

-NASA가 유로파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유로파의 표면 얼음 두께가 최대 20㎞인데 가니메데는 150㎞다. 기조력으로 유로파 표면의 얼음이 깨지면서 산소나 다른 산화물질이 바다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니메데보다 크다. 또 유로파의 바다층 아래엔 따뜻한 암반이 존재한다. 바닷물과 암반이 만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과정은 우리 지구에서 생명체가 나타난 것과 유사한 조건이다. 반면 가니메데의 바다는 150㎞ 두께 얼음 표면 아래에 있고 그 바다 아래 다시 얼음층이 있는 구조다. 즉 위든 아래든 화학적 영양물질이 쉽게 바다로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생명 연구가 아니라 유로파를 우주 식민지로 만들려고 연구하는 것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먼 얘기가 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공상 과학 소설 속의 얘기다. 지금은 과학 미션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EJSM 계획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현재는 아직 스터디 단계다. 계획으로는 2020년 지구를 떠나 2025년 목성에 도착한다. 최종 목적지인 유로파에는 7~8년 걸린다. 아주 강력한 로켓을 쏘면 3년 만에 갈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로켓도 커야 하고 문제가 많다. 지구와 목성 간의 거리가 만만치 않다. 지구를 떠나 목성으로 곧바로 가는 것도 아니다. 먼저 거꾸로 금성 주변을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지구 궤도를 두 번 돌고 힘을 얻은 뒤 목성계로 향한다.”

지구~태양 거리를 1AU(astronomical unit)라고 할 때 태양~화성 거리는 1.5AU, 태양~목성은 5.5AU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것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니 목성은 그보다 5배는 걸린다. 목성을 목표로 가는데, 먼저 거꾸로 금성부터 가는 이유는 연료 때문이다. 탐사선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뒤에는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기본적으로 관성으로 여행하지만 속도를 올리고 방향을 수정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급적 연료를 절약하고 운동에너지를 주변에서 얻는다. 그래서 나온 게 육상종목 해머 던지기에서 해머를 빙빙 돌린 뒤 원심력을 높여 던지는 것처럼 행성의 궤도를 돌다가 튀어나가는 ‘슬링샷(slingshot)’을 이용한다. 영어로는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다

1989년 발사된 목성탐사선 ‘갈릴레오’가 이렇게 했다. 발사 4개월 뒤 금성에 접근, 초속 2.2㎞를 얻고, 다시 10개월 후 지구로 와서 초속 5.2㎞를 추가하고 또 2년 뒤 지구로 재접근해 초속 3.7㎞를 더했다. 세 차례에 걸쳐 초속 11.1㎞의 속력을 ‘훔쳐낸’ 것이다. 소위 VEEGA(Venus, Earth, Earth Gravity Assist) 작전이었다. JEO·JGO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그렇게 해서 목성계에 도착한다. 그러나 유로파에 착륙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뭔가.
“비용도 많이 들고 탐사선에 묻어 갈 수 있는 지구 바이러스가 ‘있을지 모를’ 유로파의 생명체를 위협할 수 있어서다. 과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유로파 같은 곳을 오염시키면 안 된다. 물론 직접 내려가보면 유로파를 더 잘 볼 수 있겠지만 유로파의 궤도를 돌면서 관측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체의 흔적 등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유로파 착륙 탐사선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러면 탐사선은 영원히 궤도를 도나.
“최종적으로 유로파로 추락한다. 그때 얻어내는 정보도 많다. 대신 추락할 때 지구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도 큰 숙제다.”

그러나 유로파 탐색에 넘을 산은 많다. 우선 교신 문제다. 지구에서 유로파에 가 있는 탐사선과 교신하려면 최소 한 시간이 걸린다. 지시가 가는 데 30분, 반응이 지구로 오는 데 30분 걸린다. 이래서는 지시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지구의 2만 배인 자기장, 1000배인 방사선도 문제다. 이를 견딜 반도체와 메모리 등 각종 과학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아주 오래 항해하기 때문에 탐사선의 기기를 그만큼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도 찾아야 한다. 목성은 태양에서 아주 멀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개발하든가 아니면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해야 한다.

이처럼 유로파로 가기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해 인간이 직접 유로파를 탐색하는 것은 아직 먼 과제다. 전 박사는 “우리가 유로파로 사람을 실어 보낼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강력한 방사선과 자기장 같은 문제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은 버텨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핵심 브레인인 JPL을 축소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 박사는 “예산 동결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계속 간다”고 했다. 2003년 과학위원회가 정한 이 미션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인수 박사 1963년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2학년 때 가족 이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매사추세츠대학에서 원자력 공학으로 학사를 받고 UCLA에서 항공우주 및 원자력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합류했다. JPL에선 미션 인바이런먼트 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퍼바이저 겸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특히 우주방사선 환경과 대책 분야에서 JPL 내 최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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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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