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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할리스에프앤비 공동대표 정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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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팔다, 술 팔다, 커피 팔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수연(52) 할리스에프앤비 공동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닭, 술, 커피는 각각 KFC, OB맥주, 할리스커피를 말한다. KFC와 OB맥주의 영업·마케팅 팀장을 거쳐 2004년부터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를 맡고 있다. 식품업계와의 인연은 첫 직장에서 시작됐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하고 ㈜두산에 입사했는데, 배치를 KFC 영업팀으로 받았다. 국내에 패스트푸드 산업이 막 태동할 때였다. 미국 본사로부터 프랜차이즈업과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고, 사무직 중에선 처음으로 매장 근무도 했다. 고객을 직접 대해 본 현장경험이 있다는 게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됐다.

 직장 선배를 따라 회사를 옮기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할리스커피는 지난해 매출액 1082억원으로 업계 3위의 커피전문점이다. 고구마 라테, 고구마 마키아토 같은 한국적 재료를 활용한 음료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한국형 커피전문점’으로 정착했다. 지난해에는 커피의 본고장인 페루에 진출하는 등 당분간 해외시장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젊은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외식업체에 있다 보니 유행에 민감해졌다. “젊은 친구들이 하는 건 다 해보려고요.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건 기본이고, 주말에는 삼청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뜨는 곳’에 나가 봅니다.” 맛집 탐험도 업무의 일환이다. 동반자는 가족이다. 누구든지 새로 발견한 맛집을 제안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못 먹는 음식이 없다. 홍어·육회는 물론 생닭발까지 먹는다.

 가족은 그의 스타일 지원군이기도 하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색다른 패션을 시도할 때는 대학생 딸에게 의견을 묻는다. 어색하다 싶으면 딸이 뜯어말린다고.

 비즈니스 정장은 어두운 색에 밝은 색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다. “신입사원 때는 실용적인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의 패션이 곧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검은색 정장은 닥스, 오렌지색 넥타이는 에르메스, 벨트와 구두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로 맞췄다.

 그동안 모은 넥타이 ①가 80여 개나 된다. 붉은색이 유난히 많다. 할리스커피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모으다 보니 그리 됐다. 파란색 넥타이를 선물받으면 일부러 백화점에 가서 붉은색으로 바꿀 정도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본이나 미국의 대도시에도 자주 간다. 뉴욕 여행 때 구입한 선글라스 덮개 ②는 항상 차 안에 갖고 다닌다. 어느 안경이라도 덮개만 씌우면 선글라스로 변신하니 그에겐 필수품이다. 그의 사무실 책장에서 재미난 액자 ③를 발견했다. 지난해 그의 생일에 아들이 선물한 1000원권 지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 대표의 생년월일인 1959XXX가 일련번호로 찍혀 있다. 수만 장 중에서 찾은 특별한 지폐로 네잎클로버를 우연히 발견한 것과 같은 행운이 온다고 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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