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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1위로 개봉

중앙일보

입력

이번에는〈타잔〉이다. 프랑스 전역 750개의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한 디즈니의〈타잔〉은 일주일 동안 1,435,561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1위로 개봉했다. 최근 몇년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겨냥하여 내놓은 디즈니의 장편만화영화 중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만족할 만한 기록을 달성했다(우리나라나 미국은 여름방학에 개봉하는 디즈니의 장편만화영화가 프랑스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된다).

6주간 부동의 1위를 지키던〈스타워즈:에피소드1〉은 당장 4위로 밀려났다. 올해초〈아스트릭스〉도 5주간 1위를 유지하다가 6주째에 곧바로 4위로 밀려났었다. 결국 잔다르크의 칼도, 브래드 피트의 주먹도 이기지 못했던 광선검을 타잔이 맨몸으로 해냈다. 하지만 다음주는 새로운 007시리즈인〈세상은 충분치 않다(Le monde ne suffit pas)〉가 대기중이기 때문에 디즈니의 〈타잔〉이 얼마나 장수할 수 있지는 의문이다.

그외, 프랑스 영화〈크리스마스 트리(La Buche)〉가 360,447명을 동원하여 2위로 개봉했고, 〈스타워즈〉에 치여 만년 2위였던〈잔다르크〉는 〈스타워즈〉를 앞서긴 했지만 3위로 물러났다. 5위인〈파이트 클럽〉부터 10위인〈악조건〉까지는 별다른 변동없이 10만 안밖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1위로 개봉한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타잔〉. 언론도 프랑스와 25% 이상 공동 작업한 디즈니의 〈타잔〉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다. 리베라시옹의 미셀 루드비치는 "이국적 풍경으로 포장한 아주 유쾌한 영화"라고 호평했고, 르몽드의 사무엘 브륀펠드는 "〈타잔〉은 예술적으로도 성공한 만화영화"라고 하면서 "인간의 동물화라는 메타포"에 대해서는 "뮬란의 중성(남장한 여자), 반인반신의 헤라클래스 이후, 타잔은 반인반수로서의 절충상태는 충분히 극적요소를 지니며 다른 디즈니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분류할 수 없다"라고 정의했다.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그런데로 프랑스에서 흥행이 보장되어 있다. 이때까지 최고 기록은 역시〈라이온킹〉, 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다음은 〈알라딘〉으로 7백5십만명 이었다. 〈노트르담의 꼽추〉와 〈헤라클레스〉의 실패 이후, 작년에 개봉한 〈뮬란〉은 5백7십만명 이었다.

2위로 개봉한 감독 다니엘 톰슨의 〈크리스마스 트리〉. 80년 소피 마르소를 일약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던 〈라붐〉시리즈나 우리나라에서는 〈유 콜 잇 러브〉로 개봉되었던 〈학생(L'etudiante)〉, 94년 깐느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여왕마고(La Reine Margot)〉, 올해초에 개봉한 까뜨린느 드네브 주연의 코미디 〈장모님(Belle Maman)〉등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고 있는 다니엘 톰슨의 감독 데뷰작품이다. 시나리오는 감독 자신과 이 영화에 출연한 자신의 아들 크리스토퍼 톰슨과 함께 썼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만들까? 이 질문에 대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세 딸과 이혼한 부모, 이들 가족들이 해답을 찾아 나선다. 언론의 전반적인 평은 일부 몇몇 평론가를 제외한다면 냉담한 편이다. 피가로스코프의 브리지뜨 보댕은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와 같은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를 내-외적으로 제대로 다루었다"라고 호평하는 반면, 르 누벨 옵세르바떼르의 빠스칼 메리고나 액스프레스의 띠에리 강디오는 "글로서는 웃기고 울리고 하더니, 스크린에서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추고 있다"라고 혹평했다.

사실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베르트랑 따베르니에 감독의 〈시골에서 보낸 어느 일요일(Un dimanche a la campagne)〉로 뉴욕비평가협회에서 주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사빈느 아제마나 〈미션임파서블〉에 출연했던 엠마누엘 베아트,〈귀여운 반항아〉에서 이제는 여인이 되어버린 샤를로뜨 갱스부르 뿐만 아니라 끌로드 리쉬, 프랑수와 빠비앙, 이자벨 까레 등 이름은 생소하나 낯익은 프랑스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그외, 제인 캠피온의〈홀리 스모크(Holy Smoke)〉가 11위, 마누엘 부르시낙의〈로큰롤, 순수의 순간(Un pur moment de rock'n'roll)〉이 14위, 압바스 키에로스타미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거야(Le vent nous emportera)〉가 15위로 새로이 개봉하였다. 〈로큰롤, 순수의 순간(Un pur moment de rock'n'roll)〉은 뤽베송의〈택시〉기사인 새미 나서리가 방황하는 젊은이역을 맡았다. 영화내용은 로큰롤과 전혀 관계가 없다.

〈피아노〉의 감독 제인 캠피온의〈홀리 스모크〉는 96년〈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 출품작이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거야〉도 올해 베니스 영화제 출품작이며,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홀리 스모크〉는 내용의 공허함으로 일부 언론의 혹평을 면하지 못한 반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거야〉는 모든 언론의 예외없는 찬사를 받았다.

소위 말하는 3부작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삶은 지속된다〉, 〈올리브 나무사이로〉의 연장선에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거야〉는 한마디로 "늙은 여인의 집은 어디인가"로 요약된다. 웬만한 영화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기로 유명한 르몽드의 장-미셀 프로동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말해야 하고 걸작은 걸작이라고 말해야 한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거야〉는 걸작이다"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으며, 포지띠프의 알랭 마송도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서정성과 긴호흡으로 이 영화는 최고작이었던 〈체리향기〉도 보여주지 못한 평온과 신비로움을 보여준다"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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