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한국애보트 유홍기 사장(맨 오른쪽)이 패밀리데이에 종을 들고 오후 4시30분에 조기 퇴근하는 직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한국애보트 유홍기 사장은 매월 둘째 금요일이면 어린아이 주먹만 한 종을 꺼내놓는다. 오후 4시30분이 되면 서울 삼성동 사무실을 순회하며 종을 친다. “어서 마무리하고 퇴근하세요.”
지난달 11일에도 유 사장은 어김없이 종을 쳐대며 회사 직원들의 퇴근을 종용했다.
한국애보트가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마련한 패밀리데이다. 다른 회사 직원들이 퇴근하는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하면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원래 다른 회사보다 한 시간 빠른 오후 5시 퇴근이었다가 지난해 4월부터 30분을 앞당겼다.
“패밀리데이는 저보다 가족들이 더 기다립니다. 가족여행은 늘 패밀리데이에 출발하죠.” 이 회사 의약품사업부 이세희 차장은 패밀리데이 애찬론자다. “길이 막히는 금요일에는 한 시간만 빨리 출발해도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으니까요.”
다국적 제약사인 애보트는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가족친화경영을 중시하면서 매년 다양한 기관·매체로부터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다.
유 사장이 종을 치는 것은 상사 눈치 보지 말라는 이유에서 생각해낸 퍼포먼스다.
유 사장은 “패밀리데이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했다”면서 “CEO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직원 만족도도 빠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말 직장인 659명을 대상으로 연차 사용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이 여전히 자신의 연차 휴가조차 온전히 사용하지 못했다. 조사 대상자 10명 가운데 4명이 연차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이유로 ‘주위에 다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인사고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봐’ 등 회사 분위기를 들었다. 유 사장은 “아무리 좋은 가족친화경영 제도라도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 분위기를 자유롭게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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