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뺨치는 가수 유채영

중앙일보

입력

"서세원씨가 저 때문에 은퇴하겠대요. 자신과 비슷한 '구강 구조' 를 가졌다나요."

던지는 농담마다 잔인하게 순위가 매겨지는 토크 프로 KBS '서세원쇼' 는 결투장을 방불케한다. 살아남는 것조차 벅찬 일인데 게스트로 나갈 때마다 1위를 고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에서 가수 유채영(22)은 시청자를 헷갈리게 한다. 부동의 1위이기 때문이다.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친구들은 저를 '기쁨조' 나 '활력소' 라고 불러요" 원래는 낯을 많이 가렸다고 한다. "그런데 토크 쇼가 제 성격을 바꿔 버렸어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타고난 '끼' 는 어쩔 수 없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게 네살 때라니 말이다. "혜은이의 '감수광' 과 이은하의 '밤차' 를 불렀던 기억이 나요."

출발은 잡지 모델이었다. 우연히 '쿨' 의 멤버였던 최준명의 눈에 띄어 가수 활동을 시작한 것. 안양예고 시절 익힌 발레 실력도 한몫 단단히 거들었다. 94년 그룹 '쿨' 에서 삭발한 모습으로 데뷔한 후 혼성듀오 'us' 를 거쳐 지금은 솔로로 활동 중이다.

토크쇼의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이 간단하다.
"여자 연예인이 예쁜 표정만 짓지 않고 얼굴을 마구 움직이니까 재미있나 봐요. 사실 중요한 건 이야기지 표정이 아니잖아요." 또 눈에 띄는 건 유달리 큰 제스처다.
"얘기를 듣던 주위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얻어 맞기도 해요." 내숭을 모르는 성격이다.

토크쇼에 들고 나오는 이야기 소재의 출처도 궁금하다.
"꾸며낸 얘기는 하지 않아요. 생동감이 없잖아요. 사는 게 코미디인데요 뭘." 때문에 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 지원부대의 도움도 빼놓을 순 없다.
"토크쇼에 나간 뒤엔 엄마가 꼭 부르세요. 녹화분을 보며 제스처나 목소리에 대해 충고를 해 주시죠." 함께 다니는 코디네이터도 중요한 정보원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개그맨이 아니라 가수라고 못박는다.
"지난 9월 첫 솔로 앨범이 나오기 직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작업 내내 궁금해 하셨는데 말이에요. 그 때문에라도 훌륭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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