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칼춤 재현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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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 이애주씨는 87년 고 이한열씨 추도식장에서의 한풀이 춤으로 일반에게 더 유명하지만, 사실 우리 춤의 원형에 집착하는 무용가이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우리 춤을 정리.보존한 한성준 선생(1875-1941)의 손녀인 한영숙씨(1920-1989)로부터 사사받았고, 그 과정에서 승무를 전수받았다.

이씨가 오는 17-23일 충남 홍성, 경기 부천, 서울에서 보여주는 '99 한맥의 춤'은 이런 스승의 춤맥을 이어가는 무대이다.

그는 2일 '우리춤의 바른 몸짓과 정신을 올바르게 보여주고 각인시키고 싶다'며 '새 천년을 앞두고 지난 수천년의 춤사위를 정리하는 마음가짐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공연에서 전통 칼춤의 재현에 가장 공을 들였다.

일반적으로 공연되는 검무는 목이 잘린 짧은 칼을 돌리면서 추는 춤. 그러나 고구려의 벽화, 신윤복의 풍속화, 다산 정약용의 한시 '무검편증미인(舞劍篇贈美人)'속의 검무는 마치 무사들이 쓰는 것 같은 장검이 등장한다.

'칼춤은 마음과 기를 다스리는 수단으로 신라 화랑들도 췄다는 기록이 있지만 원형이 전해지지 않았지요. 조선시대 말, 암살위험 등을 이유로 칼의 목이 잘리면서 귀여운 느낌의 춤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재현하는 칼춤은 시와 그림에 묘사된 동작과 제 스승의 춤사위를 기본으로 재창조한 것인데, 장엄하면서도 격렬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10년간 구상만 해오다가 지난 10월 남양주에서 열린 '다산문화제'에서 시연한 것을 계기로 무대에 올리게 됐다.

또 하나 신경쓴 것은 '상징화된' 학춤. 궁중정재나 중부지방 학춤은 실제로 학모양을 뒤집어쓰는데, 이번에는 두루마기의 펄럭이는 자락으로 학의 날개를 상징하고 머리에는 학을 표현한 관을 쓰고 추게 된다.

'한성준 학춤의 기본 사위를 다시 재현한 것입니다. 한성준 선생은 생전에 학춤을 제대로 구성하기 위해 동물원에 다니거나 심지어는 두루미를 방에 잡아다 놓고 동태를 관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밖에 승무, 살풀이춤의 원형인 본살풀이, 태평무 등도 보여준다.

공연은 17일 오후 7시 한성준 선생의 고향인 충남 홍성의 홍주문화회관을 시작으로 20일 오후 7시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22-23일 같은 시각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차례로 이어진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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