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타운의 루돌프 사슴

중앙일보

입력

루돌프 사슴의 아빠이름은 무엇일까? 산타의 썰매를 끄는 사슴은 모두 몇마리일까?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전의 악몽에서 보았던 크리스마스타운에서의 요정들은 어떻게 그런 대량생산체제에서 싫은소리 한마디도 하지않고 행복하게 일을 하는것일까? 산타는 굴뚝으로 내려와서 선물을 전달하는 방법외에 다른방법으로 선물을 전달하지는 않는가? 그런데 도데체 산타의 썰매를 끄는것은 사슴인가 순록인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펴내었던 로버트 메이는 1939년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밝게 빛나는 루돌프 사슴코 덕택에 무사히 산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출간하게 되고, 1944년 이를 토대로 플레이셔 형제중 맏형인 맥스는 〈루돌프 사슴코〉를 제작하게 된다. 이로부터 20년뒤인 1964년, 역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아서 렌킨 쥬니어와 레리 로머감독 그리고 조니 막스의 아름다운 음악아래 또다시 〈루돌프 사슴코〉 (RUDOLPH THE RED NOSED REINDEER)를 TV용으로 만들게되고 1964년부터 미국서 성탄절만 되면 거의 빠짐없이 방송을 하게된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와 80년초까지 크리스마스이브나 당일날만 되면 틀림없이 TV로 방영했던 바로 그 작품이다. 아마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이들은 386세대이거나 20대 후반의 성인밖에 없을것이다. 필자에게도 이작품은 레이몬드 브릭스의 눈사람과 더불어 크리스마스와 동일시 되었던 작품인데, 하얀 눈속에서 스톱모션방식으로 투박하게 하지만 귀엽게 움직이던 오브제들을 잊을수가 없었다.

작품은 포크송 가수이자 배우인 벌 아이브스가 목소리를 맡은 눈사람 샘의 사회 및 노래로 진행이 된다. 산타의 썰매를 끄는 8마리의 순록 혹은 사슴 (우리에게 그것이 순록이냐 사슴이냐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우리는 이미 루돌프를 사슴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굳이 그것을 순록으로 바꿀 필요는 없겠다.)중 우두머리인 도너의 아들로 태어난 루돌프는 자신의 빛나는 코 때문에 친구도 사귈수없고 심지어 선생조차도 루돌프를 다른 사슴들과 구별짓는다. 루돌프의 유일한 여자친구 클러리스마저 그녀의 아버지가 루돌프와 함께 노는것을 허락치 않는다.

한편, 크리스마스타운의 일률적인 생활에 실증을 내는 헬미라는 요정이 한명 있었으니, 이 요정은 장난감 만드는 본분을 잊고 치과의사가 되고싶어한다. 심지어 인형에게 이빨을 달아주기까지 하여 장난감 공장장으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 두명의 '왕따'는 서로가 같은 처지임을 인식하고 의기투합하여 마을을 떠나기로 하는데, 둘만의 여행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싫어하는 거대한 스노우 몬스터는 루돌프의 밝게 빛나는 코를 보고 쫓아오게 되어 위험을 당하게 되지만 금과 은을 채굴하는 사람인 똑똑한 유콘 코넬리우스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가게 된다.

그리하여 세사람의 일행이 도착한 곳은 제대로 만들어지지않은 장난감들이 모여사는 섬. 그곳엔 온갖종류의 잘못 만들어진 장난감들이 있다. 점박이 코끼리, 네모바퀴가 달린 기차, 물대신 젤리를 쏘는 물총, 가라앉는 배, 날지못하는 새, 타조를 타고다니는 카우보이등등. 이 모든 잘못 만들어진 장난감들은 날개달린 사자왕인 문레이서가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구해다가 자신의 섬에 살게해준 존재들이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사는 섬에서 루돌프와 그의 일행은 안식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루돌프는 자신 때문에 또다시 친구들이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폭풍우치는 밤, 섬을 떠난다. 여러곳을 방랑하면서 때론 친구들도 사귀게 되지만 그것도 잠깐, 언제나 정착할 곳을 찾지못하고 결국 집으로 되돌아 갈것을 결심한다.

크리스마스타운에 도착한 루돌프는 부모님과 클라리스가 자신을 찾아 몇달전에 집을 나섰으나 행방불명된 것을 알고, 그들을 찾으로 또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을 찾은 곳은 다름아닌 스노우 몬스터의 동굴. 가까스로 가족과 클라리스가 괴물에게 잡아먹히는것을 막기까진 했지만 역부족이다. 루돌프는 괴물의 완력에 기절하고 만다.

이때 동굴밖에 나타난것은 루돌프를 찾으로 온 헬미와 코넬리우스. 코넬리우스의 지략으로 스노우 몬스터는 쓰러지고 이때, 치과의사 지망생인 헬미는 자신의 집게로 괴물의 이빨을 모두 뽑아버린다. 가족과 함께 마을로 되돌아온 루돌프. 그리고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는 루돌프의 동료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의 날씨는 눈을 동반한 심한 폭풍우가 될것이라는 일기예보와 함께, 크리스마스가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이라는 노래처럼, 산타는 루돌프의 밝은 코의 잇점을 바로 발견하고 그를 썰매리더의 자리에 앉힌다. 미운오리새끼가 백조가 되는 순간이다. 아들의 코에 부끄러움을 느끼던 아버지 도너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루돌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루돌프의 도움으로 8마리의 사슴과 함께 산타가 도착한곳은 다름아닌,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장난감들의 섬.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쓸쓸히 보내고 있던 이들 장난감들을 산타는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는 우산에 달아서 이들을 다른선물들과 함께 아이들의 선물로써 내려보낸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 붙는다 했겠지."라는 노래와 더불어 말이다.

이 작품이 요즘 더욱 마음에 와닺는 이유는, 세상에 필요없는 것은 없고, 세상에 소위 '왕따'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빨 빠진 스노우 몬스터 조차도 커다란 크리스마스 츄리의 꼭대기에 별을 달기위해선 필요하다고 설정된다. 장난감 만들기보단 치과의사가 되고싶어하는 헬미나 어떤 사슴보다 빨리 그리고 높게 날수 있었던 어린 루돌프가 단지 코가 붉게 빛난다고 산타의 썰매를 못끌게 되고 따돌림을 당하지만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마을로 되돌아와 크리스마스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를 시사해준다.
386세대가 요즘 신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왕따' 현상과 상대적으로 관계가 없는것은 루돌프 사슴코를 TV를 통하여 여러번 보며 자랐기 때문은 아닐까? 루돌프 사슴코를 따뜻한 한국성우의 목소리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금번 크리스마스에는 볼수 있었으면 한다. 더불어, 이 리뷰가 작품의 내용을 떠올리려고 하여도 가뭇가뭇거릴 당시의 시청자였던 386세대들에게 당시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