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디자이너 홍승완, 가방 만들러 회사원 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남성복 ‘스위트 리벤지’로 알려진 홍승완(43) 디자이너는 최근 패션기업 ㈜에스콰이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했다. 임기는 1년. 올 한 해 에스콰이아가 만드는 가방의 기획·디자인·생산을 총괄하는 자리다. 디자이너와 패션 업체가 짧은 기간 협업하는 일은 있지만 1년간 자신의 브랜드와는 별도로 다른 업체에서, 새로운 분야를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옷과 가방은 여러 면에서 접근 방법이 다른데.

“10여 년간 옷을 만들면서 늘 고민했던 게 가방이다. 매번 전문 업체와 협업을 하거나 빌려야 했다. 패션쇼에는 꼭 필요한데 직접 만들 수는 없는, 가방은 그렇게 늘 아쉬운 존재였다. 언제고 제대로 만들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에스콰이아의 제안을 받았다.”

-수입 명품 브랜드에 때문에 국내 가방 시장은 축소되는 느낌이다.

“과도기라고 본다. 수입 명품 시장은 계속 커지겠지만, 그 반대로 생각하는 새로운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다. 브랜드보다는 장인의 손맛과 소재의 우수성을 더 찾는 소비자다. 해외 브랜드에 밀렸던 일본에선 최근 자국 디자이너들이 만든 가방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홍승완표 가방’은 어떤 것인가.

“첫눈에는 클래식하고 보수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가방의 무게감이나 안감 소재에서 ‘반전’이 있는 가방이 될 것이다.”

-제품은 언제 나오나.

“일반인들은 올가을에 살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가지 제품군을 준비 중이다. 그중 하나는 이달 말 열리는 서울 컬렉션 홍승완 쇼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여름 전에 ‘디자이너 에디션 by 홍승완’ 라인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

-‘내 스타일에 맞는 가방’을 고르려면.

“본인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곳에 주로 가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그리고 옷장 안의 옷에 맞게 하나씩 가방을 준비해 간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음 단계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옷과 가방을 매치하는 묘미를 즐기는 거다. 패션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짓은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일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