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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 규제 단속도 '1회용'

중앙일보

입력

당국 "일손 없다" 뒷짐

지난 2월 22일부터 시행 중인 종이컵.비닐봉투.합성수지도시락 용기 등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당국의 관리.감독소홀과 지자체의 느슨한 단속, 업체들의 배짱 영업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실제로 규제대상 82만여 업소중 지금까지 적발된 업소는 1천9백여곳에 불과하며, 그나마 위반업소 가운데 단 두곳에만 과태료가 부과됐을 정도다.

◇ 1회용품 사용실태〓2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안양시 L음식점. 손님들이 식사를 다한 듯 싶자 종업원들이 사용이 금지된 1회용 종이컵에 커피와 생강차 등을 들고 쏜살같이 다가가 나눠줬다.
계산대 옆에만 비치토록 돼 있는 나무이쑤시개도 식탁에 버젓이 놓여 있었다.

종업원 崔모(26.여)씨는 "처음 한 두달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단속이 없어 손님 편의대로 제공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내 완구점.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이 로봇 등 장난감을 사자 종업원은 큼지막한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준다.

이 종업원은 "서비스 차원에서 봉투값을 받지 않는다" 고 말했다.

비닐봉투 공짜 제공은 남대문.동대문 등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도 마찬가지. 인천시 계산동 N슈퍼주인 朴모(53.여)씨는 "봉투값을 받으면 손님이 끊길 것 같아 어쩔 수 없다" 고 털어놨다.

◇ 단속〓지난 2월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에 따른 전국의 1회용품 규제대상 업소는 모든 음식점과 대형 유통점, 매장면적 10~50평의 소형 유통점, 목욕탕.숙박업소.도시락업체 등 모두 82만1천여곳.

그러나 지난 8월말 현재 환경부가 집계한 위반업소(해당 지자체로부터 행정이행명령을 받은 곳)수는 전체의 0.2%인 1천9백58곳에 불과하고 이후에는 아예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회용품을 쓰다 적발된 업소들에 해당 지자체는 3개월 유예기간을 주고 이행토록 한 뒤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경우 1회 적발 때마다 최고 3백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8월 공짜 비닐봉투를 제공하다 걸린 서울 인사동 D상회 등 대부분 위반업소들이 계속 법규를 어기고 있는데도 사후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도시락업체가 합성수지용기 사용금지에 반발해 헌법소원과 이행명령취소 소송을 내자 환경부와 지자체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개월간 실제로 과태료(최고 3백만원)가 부과된 곳은 부산에 있는 도시락업체 두곳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수많은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 대책〓환경부는 이달 중 시.도 관계자회의를 열고 단속과 홍보 강화대책을 시달할 계획이다.

특히 계속적인 위반업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엄포' 에 그쳤던 과태료 부과를 반드시 집행토록 하고 내년부터는 모든 유통점으로 규제대상을 확대해 매장면적 기준도 없앨 방침이다.

이에 대해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신성호 간사는 "단속.홍보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대상을 확대한다고 별로 나아질 게 없다" 며 "지자체.정부.시민단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적발시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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