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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이요? 안중근 의사가 다친 사람 치료한 날 아닌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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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초등학교 3학년 숙제예요. 3·1절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데 알려주세요. ㅠㅠ” 지난 10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초등학생이 올린 질문이다. 이 사이트에는 2003년부터 3·1절의 의미와 유래 등을 묻는 질문만 1000여 개가 올라와 있다. 질문자는 방학 숙제나 학교 과제 등을 위해 의미를 알려달라는 초등학생들이었다. “3·1절에 대해 알려주면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주겠다”거나 “3·1절의 의미를 몰라 엄마에게 혼났다”며 질문을 한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답변 역시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 틀린 답변을 단 네티즌 상당수는 자신 역시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디 ‘her****’는 “안중근 의사가 3·1운동에 관련된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 “안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고 답했다. 안 의사는 3·1운동이 일어나기 9년 전인 1910년 숨졌다. 아이디 ‘te****’는 “1대 대통령인 박은식이 광복사를 쓰고 싶어 했는데 그 와중에 3·1운동이 시작됐다”고 썼다. 박은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다. “유관순 누나가 일본의 식민통치 지배하에서 (조선을) 독립시킨 날”이라고 답한 네티즌도 있었다. 국경일인 3·1절을 ‘빨간 날(공휴일)’로만 생각해 “동물원 개장하나요?” “택배 배달하나요?”는 등의 질문을 하는 이도 많았다.

 이처럼 학생들이 국경일 등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은 초등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가 서울 시내 초·중·고 학생 1240명에게 물은 결과 6·25전쟁의 발발 연도(1950년)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50.1%였다.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도 26%였다.

◆“국사 필수화하고 재미있게 가르쳐야”=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국사 지식이 부족한 원인으로 교육 과정에서 국사 비중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초등학교에서는 올해부터 5학년 때만 국사를 가르친다. 고등학교 과정에선 ‘한국사’와 ‘한국현대사’가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다른 선택과목을 고를 경우 국사를 전혀 배우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하다. 서울 덕수초등학교 김준기 교사는 “예전에는 국경일을 앞두고 학교 차원에서 교육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어졌다”며 “요즘 초등학생들은 3·1절은 물론이고 6·25전쟁이나 제헌절도 잘 모른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주부 강희정(38·경기도 용인)씨는 “서울 엄마들이야 워낙 극성이니 국사까지 학원을 보내지만 지방에선 영어·수학 외에는 잘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각종 국가고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선 국사를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안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일본 역사 만화를 접한 학생들이 오히려 국사보다 일본사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우리도 만화와 현장실습 등을 곁들여 가르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현 독립기념관장 역시 “학교뿐 아니라 박물관에서도 연극이나 놀이 등을 통해 학생들이 독립운동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길·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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