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남의 속도 모르고〉의 터프가이 박정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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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드라마 〈남의 속도 모르고〉에서 강한 눈빛의 카리스마로 송윤아의 마음을 끄는 사나이가 있다. 트럭을 몰고 샌드백을 치며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트럼펫을 불며 여린 감수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남자, 박정철.

〈남의 속도 모르고〉에서 박정철이 연기하는 나대로 역은 신애라의 남동생으로 터프하고 고집 센 문제아이다. 남의 도움 없이 자수성가하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트럭 운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며 집에서는 매일 샌드백을 치는, 남자답고 터프한 역할. 부잣집 딸 송윤아와의 로맨스가 극 속에서 잔잔히 펼쳐지는데 그 과정에서 많이 성숙하게 되는 역이다.

나대로 역을 맡으며 박정철은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없던 면허증을 따려고 새벽부터 트럭을 몰았고 트럼펫과 권투도 배웠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의 좋은 점은 바로 이것. 역할 덕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걸 배운 것 중에 가장 큰 건 바로 대사 처리다. 툭툭 내뱉듯이 던지듯이 말하는 법을 배운 게 크다. 선배들 졸졸 따라다니며 터프가이의 말투를 하나씩 익혀 이젠 어느 정도 터프가이의 말투에 익숙해졌다.

박정철은 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연기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그대신 연출 전공으로 들어가게 된 것. 그곳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고 친구들의 권유로 97년 제3회 KBS 슈퍼 탤런트 대회에 나갔다. 학교에서 연극할 때 수도 없이 곱씹었던 대사를 하며 멋지게 연기했고 결과는 동상. 그의 연기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후 〈파랑새는 있다〉 등에서 단역을 전전하다 98년 여름의 아침 드라마 〈너와 나의 노래〉에서 처음으로 고정역을 맡았다. 이창훈의 친구로서 당당히 한 역을 받아낸 것. 이후 일은 잘 풀렸다. 그 바로 직후에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박인환씨의 아들 민구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늦게 시작한 연기지만 그의 가능성을 사람들은 인정하기 시작했고, 박지윤의 '스틸 어웨이' 뮤직 비디오에서 주인공을 맡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다가 드디어 대망의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의 실제 모습은 〈남의 속도 모르고〉에 나오는 이재룡의 역할처럼 부드럽고 애교도 있고 섬세한 역에 가깝다고 한다. 약간 갈색빛을 띠는 눈이나 남보다 훨씬 긴 속눈썹, 해맑게 웃는 모습 등이 자신의 매력이라고 밝힌 그의 마지막 말이 참 인상적이다.

"나대로 생각뿐이에요. 실제로도 말수를 줄이고 무뚝뚝한 사람처럼 행동해요. 그 인물만 생각할 거예요. 저에게 찾아온 행운을 잡는 건 제가 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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