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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존심’ 디스커버리호 마지막 우주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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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6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마지막 ‘우주여행’에 나선 디스커버리호는 26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할 예정이다. [케이프커내버럴 AP=연합뉴스]<사진크게보기>


“달콤씁쓸하다(It is bittersweet).”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된 24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석 과학기술자 밥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디스커버리가 무사히 발사된 것은 기쁘지만 앞으론 두 번 다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디스커버리는 이날 마지막 ‘우주 여행’을 떠났다. 1984년 첫 발사 후 27년 만이다. 11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면 퇴역해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곳으로 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도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유력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미국우주과학 기술의 역사이자 자존심이다. 2003년과 1986년 컬럼비아·챌린저호가 불의의 폭발 사고로 사라진 후 3대 남은 우주왕복선 가운데 ‘최고참’이다. 이번까지 총 39번 발사돼 2억3000만㎞를 비행했다. 우주에 머문 기간만 363일, 90분에 한 번씩 지구 궤도를 모두 5628번이나 돌았다.

 컬럼비아·챌린저호 사고로 미국이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두 차례 ‘우주비행 복귀 임무(return-to-flight mission)’를 멋지게 성공시켜 미국의 자존심을 되살려 준 것도 디스커버리호였다. 90년 허블 천체망원경을 우주 공간에 올려놨고, 5년 뒤엔 미 우주왕복선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와 랑데부해 양국 우주 협력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기기도 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우주왕복선으로 이루려 했던 모든 것을 다 이룬 유일한 우주선”이라며 디스커버리를 “우주왕복선들의 챔피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미국의 자존심’을 퇴역시키기로 한 것은 예산 압박 때문이다. 경제 위기 탓에 천문학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호뿐 아니라 엔데버·애틀랜티스호도 각각 올 4월과 6월 마지막 비행을 하고 은퇴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 정부는 대신 민간 기업에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과 위성 발사를 담당할 상업용 우주선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ISS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해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NASA는 향후 네 차례 우주선을 이용하는 대가로 러시아에 3억6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계약도 했다. 24일 케네디 우주센터에 모여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디스커버리호의 모습을 지켜본 미국인들의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4만여 명이 모여들어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26일 ISS와 도킹 예정=디스커버리호는 휴머노이드 로봇 R2와 ISS에서 사용할 각종 부품·장비를 싣고 떠났다. 미국 시간으로 26일 오후 ISS에 도킹할 예정이다. 총 6명의 우주인이 탑승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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