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독학 컴퓨터 강사 김대수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는 정말 유용한 도구야. 내 생각을 온갖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친구도 만들어 주니 얼마나 좋아…"

팔순의 컴퓨터 ''도사'' 김대수 (金大洙.82.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는 컴퓨터 예찬론자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누비며 친구를 사귀고 후학 (?) 도 가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어르신도서관'' .
지하 20여평의 컴퓨터실 스피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자기소개를 올려 보세요. 데뷔 못 하신분 손들어 보세요…"
PC통신 하이텔의 ''자유게시판'' 에 수강생들이 자기소개를 써보는 시간이었다. 수강생 20명 대부분이 70대 노인.

金씨는 바로 이들의 컴퓨터 스승이다. 지난 15일부터 월.화.목.금요일 오후 3시간씩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 이해에서 통신까지 3개월 코스다.

수강생 이광식 (70.) 씨는 "무척 어렵지만 선생님이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는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며 고마워했다.

金씨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0년. 유학을 마친 아들 현철 (51.동산의료원 내과과장) 씨가 컴퓨터를 사 오면서부터.

"음악감상이 취미인 아들의 음반 (1천여장) 목록을 컴퓨터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서적을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1년간 씨름한 끝에 작업을 마쳤어요"

컴퓨터를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93년 하이텔의 ''원로방'' 에 회원으로 가입, 컴퓨터통신을 시작했다. 이어 ''대구.경북원로방'' 을 만들었고, 96년엔 자신의 홈페이지 (home.tinc.co.kr/~tsk17) 도 직접 제작했다.

독학으로 프로가 된 셈.
어르신도서관 컴퓨터실도 김석찬 도서관장과 자신이 직접 삼성전자.한국통신을 뛰어다니며 컴퓨터 20대와 통신망을 기증받아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일본 네티즌들과 통신을 하면서 알게된 친구를 일본에서 만난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金씨는 세브란스 의전 (현 연세대 의대) 을 나와 30년간 경북대 의대 교수 (생리학) 로 재직한 뒤 86년 정년퇴직 했다.

"운동도 좋지만 노인들은 머리를 쓰는 취미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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