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으면 연금소득으로 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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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A씨는 올가을에 20년간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사업을 꾸려갈 생각이다. A씨가 손에 쥐게 될 돈은 세법상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는 8000만원과 위로금 1000만원을 포함한 9000만원 정도다. 그렇다면 A씨의 퇴직소득세는 얼마나 될까.

 퇴직소득은 일반적으로 다른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는 편이다. 퇴직소득은 근무 기간 동안 누진되는 소득인 만큼 기본공제도 크고, 근속연수로 나눈 소득에 세율을 적용해 실제로 낮은 세율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8000만원에는 퇴직소득세가 부과되지만 퇴직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1000만원은 근로소득에 합산해 세금을 내야 한다. 우선 퇴직소득세를 따져보자.

 퇴직소득금액에서 기본공제(40%)가 적용된 3200만원을 빼고 20년 근속연수공제(1200만원)을 빼면 과세표준 금액은 3600만원이 된다. 이 3600만원은 20년간 축적된 소득인 만큼 이를 연평균하면 1년에 해당하는 소득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6%의 소득세를 적용하면 연간 세금은 10만8000원이다. 다시 20년의 연수를 곱하면 최종 세금은 주민세를 포함해 약 240만원이 된다. 실효 세율을 따져보면 퇴직소득(8000만원) 대비 세금 부담이 약 3%에 불과해 근로소득이나 다른 종합소득에 비해 세금 부담이 낮은 편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으면 연금소득으로 분류돼 세금을 내게 된다. 연간 총연금액이 600만원 이하이면 5.5%의 세율(주민세 포함)이 적용되고, 600만원 이상이면 종합과세된다.

 만약 연금 수령액이 월 100만원 이하고 다른 종합소득이 많지 않다면 연금에도 퇴직소득세(6%)처럼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종합소득이 많거나 다른 연금소득도 있어 연금수령액이 늘어나면 최대 38.5%의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퇴직소득은 회사의 퇴직급여 지급규정이나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에 따라 실제 퇴직을 할 때 일시금으로 받는 금액만 인정된다. 그런 만큼 근로소득이나 기타 다른 소득들을 퇴직금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임원의 경우는 좀 더 까다롭다. 세법상 임원의 퇴직금 한도는 정관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관에서 위임받은 법인의 퇴직급여 지급규정이 특별한 사유 없이 개인별로 차등 지급 배율을 정하는 경우에는 정관에서 따른 퇴직소득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임원에게만 지급 배율을 차별적으로 높게 정하는 경우 법인에도 법인세 부담이 가중되고 지급받는 임원도 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다.

 회사의 규모나 임원의 기여도 등에 따라서 임원이 지급받을 퇴직금에 대한 적당한 수준을 정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법인과 퇴직자 모두에게 세금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정관의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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