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뛰는 향토인] 스타네시아 '정동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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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류 의류메이커 바이어들 사이에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신뢰할 만한 봉제공장' 으로 꼽히고 있는 스타네시아(STARNESI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로 2시간쯤 거리에 위치하고 이곳에서는 영국의 '마크 앤 스펜서' (Mark & Spencer), 일본의 '아오키' (Aoki), 독일의 '브린크만' (Brinkmann)등 세계 유명 브랜드 신사복.코트가 만들어진다.

이 업체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경북 문경출신의 정동진(鄭東鎭.52)사장이다.

鄭사장은 그동안 세계일류 브랜드 제품을 잇따라 생산해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수출공로상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동남아 시장개척에 나섰던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가 현지의 소문을 듣고 일정을 바꿔가며 찾아가 격려할 정도로 탄탄한 위치를 구축했다.

鄭사장이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것은 지난 89년. 당시 영국 의류수입업체인 캄파리 서울사무소에서 일하던 그는 인도네시아 지사장 발령을 받았다. 캄파리가 노사분규와 고임금 때문에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이었다.

그가 처음 접한 인도네시아는 봉제기술이나 근로의욕이 거의 바닥상태였다. 그때부터 鄭씨는 현지 근로자들과 똑같이 뛰었다. 아침 7시에 같이 출근하고 근로자들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경제적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3년쯤 지난 92년 그는 결단을 내렸다. 월급쟁이를 청산하고 25만달러를 밑천으로 스포츠웨어 전문업체인 빈탕 부사나자야를 창업한 것. 품질 하나에만 매달린 끝에 창업 첫해 이탈리아의 '지올레'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을 잡아 매출 6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처음엔 현지인들에게 봉제기술을 가르치는데 전력했습니다. 문제는 실컷 가르쳐 놓으면 다른 업체로 옮겨가는 것이었어요. 생산성도 너무 낮았습니다. 가족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복지에 신경썼더니 생산성이 올라갑디다. "

鄭사장은 뒤이어 96년 한국의 S물산이 경영하던 스타네시아를 2백50만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현재 스타네시아는 1.2공장에 종업원 3천2백여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대략 4천만달러. 鄭사장은 값싼 노임을 찾아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1백11개 한인 회사 모임인 한국봉제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고향의 섬유제품 경쟁력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그는 인도네시아가 대구의 주요한 바이어라고 소개했다.

이들 한인봉제업체들이 한국에서 사가는 원단 등 원부자재는 한해 6억달러어치 상당. 올해는 이 가운데 3억달러어치 이상을 대구에서 사갔다.

鄭사장은 "해가 갈수록 대구산 수입 비중이 주는 대신 대만 등지로 거래선을 옮겨가고 있다" 며 아쉬워 했다. 품질이나 가격에서 대구제품이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지적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바이어들이 갈수록 발길을 돌리는 데도 대구업체들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제대로 그 원인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요즘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를 찾는 일로 바쁘다. 인도네시아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값싼 인건비란 매력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 "미얀마나 베트남 그도 아니면 북한 등으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옮겨갈 수 밖에 없습니다. "

사업을 향한 강한 집념이 그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세계 곳곳을 지칠줄 모르게 찾아 다니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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