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기이사 3명 성과급 절반 삭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이윤우 부회장 등 사내 등기이사 3명의 장기성과보수 한도를 지난해 30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줄인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안건을 다음달 18일 서초동 사옥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했다. 기본연봉에 해당하는 ‘일반보수’는 한도 220억원을 그대로 두고, 장기성과보수 한도만 절반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대상은 이 부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인 최지성 부회장, 윤주화 경영지원실장(사장) 3명이다.

 얼핏 최고위 임원의 성과보수를 깎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실제 보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지급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사정은 이렇다. 삼성전자는 2005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톡옵션을 없애면서 대신 장기성과보수제를 도입했다. 2005~2007년 3년간 성과를 살펴 2008년에 성과보수를 주고, 2008~2010년에 대한 것은 올해 주는 식이다. 2005~2007년분 성과보수는 2008년에 한꺼번에 줬다. 그러다 이번부터 방법을 바꿨다. 예를 들어 장기성과보수가 1억원이라면 올해 5000만원, 내년 2500만원, 후년에 2500만원으로 나눠 주기로 했다. 혹시 무리하게 성과를 올린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지는 않는지 3년 동안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만일 뒤늦게 부실이나 문제가 발견되면 장기성과보수 지급은 중단한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책임감을 갖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성과를 올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제도를 바꾸면서 자연히 장기성과보수 한도를 절반으로 줄이게 됐다. 첫해에 전체 성과급의 50%만 지급하는 것에 맞춰 한도를 조정한 것이다. 바뀐 지급 방식은 최고위 임원인 사내 등기이사 3명뿐 아니라 모든 임원에게 똑같이 적용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