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3]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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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때까지 자본주의란 ‘자유방임주의’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 말이었다. 시장의 경쟁원리가 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가급적 없애고 시장참여자의 자유의지에 맡기는 것이 곧 효과적인 자본주의 체제 운용 방향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발적으로 나타난 불황 현상으로 근거를 잃고 있었다. 고전적인 믿음에 따르자면 불황은 시장의 여러 지표가 일시적으로 편향성을 보이는 현상일 뿐이며, 실업률은 임금 하락으로 낮출 수 있고 재고 누적은 가격 인하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1883∼1946)
의 “고용, 이자,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은 이 해묵은 믿음을 깨뜨리고 불황이 시장의 자율성만으로 고쳐질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처음으로 밝힌 책이다. 자유방임을 일방적으로 추구해 온 자본주의 체제가 한차례 구조적 모순을 돌파하고 체계적 정책관리의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이로부터 만들어졌다.

케인스의 이론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미국의 루스벨트 정권에서 뉴딜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채택되어 실효성을 확인받았다. 총체적 수요가 퇴화한 상태의 구조적 불황 속에서는 임금과 가격의 하락만으로 시장수요가 회복될 수 없고, 정부의 지출 증대와 같은 외적 조건의 변화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차대전을 마무리하는 베르사유조약에 영국측 경제 실무자로 참여해 강화조약의 경제적 측면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환멸을 느낀 데 케인스 이론의 출발점이 있었다. 2차대전 후 브레튼우드협정에서는 케인스가 중요한 역할을 맡음으로써 자본주의 세계의 국제구조가 그의 이론 위에 세워지게 된다.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정책의 받침돌이 된 케인스의 이론은 오늘날의 세계화 속에서도 경제정책 논의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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