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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패’ 뚫은 중국 네티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국 정부는 2009년 6월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 140자 단문 블로그, 중국명 웨이보(微博, 마이크로 블로그의 약칭)인 트위터가 위력을 발휘하자 트위터와 판퍼우(飯否, 중국산 마이크로 블로그)의 접속을 차단했다. 올 들어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를 거쳐 중동·북아프리카로 번지자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20일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12년 만의 ‘도심 시위’는 이런 통제를 뚫고 이뤄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도심에 모인 시위대는 중국 내에서 접속이 차단된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보쉰(博迅, boxun.com)에 오른 글이 도화선이 됐다.

 그래서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현재 체제를 위협하는 정보를 막으려는 당국과 이를 뚫으려는 네티즌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중국 정부의 방패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2009년 말 기준으로 4억57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1998년 공안부가 ‘황금방패(金盾) 프로젝트’로 구축한 방화벽인 인터넷 만리장성으로 차단돼 있다. 총 사업비 60억 위안(약 1조100억원)이 소요된 이 프로젝트로 인해 티베트 망명정부 사이트, 파룬궁이 운영하는 대기원을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사이트가 중국 내에서 차단되고 있다. ‘대만독립’ ‘티베트독립’ 같은, 이른바 ‘민감사(敏感詞)’로 불리는 검색 금지어를 차단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인해전술 방식의 관리도 엄격하다. 2007년 국경 없는 기자단은 중국 공안당국의 사이버경찰 규모가 십수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또 친정부 성향의 댓글 부대 28만여 명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여기에 2007년부터는 징징(警警), 차차(察察)라고 불리는 사이버경찰 아이콘을 주요 인터넷 토론방마다 떠다니게 조치했다. 네티즌 논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장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런 방패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뚫고 있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의 IP 주소를 대리(프록시) 서버로 감추는 방법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황금방패’를 우회해 접속할 수도 있다. 정보를 암호화해 규제와 검열을 피하는 버추얼 프라이빗 네트워크(VPN) 방식도 최근 인기가 높다. 트위터를 ‘twa.sh’와 같은 미러사이트 주소(여러 사이트를 간접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 홈페이지에 구축한 웹 주소)를 통해 접속하는 방법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 정부와 네티즌 간 숨바꼭질이 벌어지는 셈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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