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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째 007-〈007 언리미티드〉

중앙일보

입력

"느낌없는 인생은 빈껍데기 삶과 같다..."

12월 18일 개봉되는 19번째 007,〈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는 '느낌충전'의 장면들로 가득차 있다. 스페인 빌바오에서의 화려한 총격전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런던, 이스탄불, 알프스 산맥, 아제르바이잔 등지의 풍광이 주인공의 신출귀몰한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석유계의 거물 로버트 킹이 폭발사고로 죽고 그의 딸 일렉트라의 신변을 보호하는 임무를 제임스 본드가 맡게 된다. 거대 송유관 사업을 혼자서 맡게 된 일렉트라. 예전에 테러리스트 르나드에게 납치되어 가까스로 탈출한 과거가 있다. 르나드는 소련의 KGB도 포기한 극악범으로 뇌에 총알이 박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대신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기에 그만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괴인이기도 하다. 강력한 지하세계를 구축한 르나드로부터 일렉트라를 지키기 위해 제임스 본드는 단신으로 그녀를 찾아가는데...

나이 쉰을 바라보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3번째 출연, 액션스타로 당당히 건재함을 입증했다. 영화 전반을 통해 거침없이 모험하고 주저없이 사랑하고 미련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제임스 본드의 쾌남아적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007 언리미티드〉의 또다른 매력은 상반된 이미지의 두 여주인공들을 볼 수 있다는 것. 갈수록 농염해지는 소피 마르소는 친아버지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일렉트라(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이름인 듯)로 열연한다. 흐르는 듯한 드레스, 진홍빛 스키복에 다소 흐트러진 듯한 표정에서 지난 날 아이돌스타의 면모는 희미하게만 찾아볼 수 있다. 반면〈Wild Things〉에서 10대의 당돌함을 보여줬던 데니스 리차드. 핵폭탄해체 전문가 '크리스마스 존스' 박사로 나와 본드와 함께 모험을 즐긴다.

007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평론가들로부터 양호한 평을 받고 있는〈007 언리미티드〉. 〈넬〉로 이름이 알려진 영국 출신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처음으로 맡은 액션영화이기도 하다. "〈The World is not enough〉는 말그대로 '충분치 않다'"는 악평도 들리지만 계속돼는 고난위 액션에 최소한 지루함은 느끼지 못할 듯. 두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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