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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평창 2018] 스키 첫 메달 ‘형제의 꿈’이 익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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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꿈나무인 박제언(오른쪽)·제윤 형제가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얘기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스키 점프 선수인 평창 상지대관령고 박제언(18·3년)과 스키 알파인 선수 제윤(17·1년) 형제는 누구보다도 2018년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염원하고 있다. 자신들이 자란 평창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의 꿈은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들의 실력은 국내 정상급을 넘보고 있으며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릴 쯤이면 세계 정상급 선수와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면 다른 곳보다 심적인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라 편하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형 제언이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동생 제윤이는 현실적이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선수에 대한 지원이 많아질 것 아니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외국 선수들이 메달 따는 것을 구경만 할 수는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스웨덴에 전지훈련을 가보니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의 주니어 대표 30여 명이 국가의 지원으로 전지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겨울올림픽을 유치해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 형제는 겨울 스포츠계에서 유명하다. 형제는 2006년 겨울 전국체전에서 7개의 금메달을 합작하며 대회 MVP로 선정됐다. 형은 크로스컨트리에서 3개, 동생은 알파인에서 4개의 금메달을 땄다.

 제언은 노르딕 선수로 뛰다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으로 종목을 바꾸었다가 2009년부터 스키 점프에 전념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6개월 동안 점프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FIS(국제스키연맹)컵 대회에서 30위에 올라 자력으로 평창 대륙컵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는 등 스키 점프 국가대표 구도를 바꿀 유망주다.

제윤은 지난 1월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학생스키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다. 11일 끝난 스키선수권대회에서는 회전과 대회전에 출전해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선수권대회는 국가대표 선수도 참가한 대회로 제윤은 대회전에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아시아경기대회 수퍼복합 동메달리스트인 김우성 선수에 간발의 차이로 선두를 내줬다.

 제언·제윤 형제는 각각 스키와 필드하키 선수 출신인 부모의 운동신경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아버지 박기호(47)씨는 1986년과 90년 겨울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 은메달리스트로 현재 하이원 크로스컨트리 코치를 맡고 있다. 어머니 김영숙(46)씨는 필드하키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버지 박씨는 2014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에 대비해 2007년에 ‘메달 프로젝트’를 구상한 적이 있다. 박씨는 7월 2018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가 확정되면 당시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메달 전략을 세울 생각이다. 그는 “스키 강국인 유럽에서 유능한 지도자와 마사지사 등 스태프를 갖춘 팀을 꾸려 6~7년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장담한다. 박씨는 스키 점프의 경우 유럽 선수들은 1년에 800~1000회 정도 뛰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섬세한 기술을 익히지만 국내에서는 좋은 시설이 있음에도 관리상 문제로 80회도 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알파인 스키의 경우도 유럽의 비슷한 또래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시합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씨는 여건이 조성돼 착실히 연습하면 2018년 대회 때는 형제의 체력과 근력 기술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 때 낙담했다는 제언이는 “2018년이 더 유리해요. 2014년은 어린 나이에 첫 출전이라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올림픽 출전을 경험한 후 2018년 내 고장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언·제윤 형제는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해 자신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이 적극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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