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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열차’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에 가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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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적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집무실 겸 회의실. 대통령 의자와 책상 앞에 여섯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대통령 의자 뒤엔 소형 금고가 있다. 사진 아래의 절구 같은 집기는 재떨이. 2 기관차는 폐기된 차량을 구입해 색상과 번호만 옛 모습으로 손질했다. 3102호 기관차는 한때 대통령 전용열차를 끌었던 차로 현재 철도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3 열차 내부에서 장식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식당. 의자엔 무궁화 등이 금박으로 섬세하게 새겨져 있고 출입구 위엔 봉황이 돋을새김으로 장식돼 있다. 4 대통령 침실. 가구는 서랍장 하나. 침대는 폭은 넓으나 길이가 짧다. 두꺼운 솜이불에 무궁화 무늬를 새겼다. 5 세면대와 욕조, 화장실. 너무 좁아 몸을 돌리기도 힘들다. 욕조에 타일을 발랐다. 6 회의실과 연결된 객차의 뒷부분은 전망대 구조다. 운행 중 바람을 쐬기도 했을 것이다.


지난 11일 광명역 인근에서 KTX 탈선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 전용객차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고 열차에 집무실과 회의실 등 대통령만을 위한 특별시설이 갖추어진 객차 두 량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용객차는 탈선하지 않은 앞쪽 네 량 중에 있었다. KTX의 구조와 관리상의 문제로 대통령 전용객차는 일반 객차와 같이 운행한다. 이 객차엔 일반 승객이 접근할 수 없고 검은 코팅이 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최신 고속열차인 ‘KTX 산천’에 꾸며진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객차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만 현직 대통령 전용시설은 보안사항이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전용열차는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 경북 청도군이 추진하고 있는 박 대통령 열차 재현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969년 8월 4일 박정희 대통령은 열차를 타고 경남·북 일대의 수해지역을 시찰하던 중 청도군 신도마을을 방문했다. 다른 곳과 달리 수해가 완전히 복구되어 있었다. 마을 길이 넓고 지붕이 개량되어 있었으며 담장 역시 말끔히 다듬어져 있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박 대통령은 다음 해 4월 전국지방장관회의 석상에서 신도마을의 예를 들며 새마을운동의 구상을 밝혔다. 청도군 신도마을이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다.

신도마을은 현재 새마을운동 발상지 가꾸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러 사업 중 박정희 대통령 전용열차 재현이 단연 눈에 띈다. 실무 담당인 청도군 새마을과 김유선씨는 “하루 이틀 보고 말 게 아니니까 제대로 만들어야죠. 열차제작 전문 업체에서 5억9000만원 예산으로 제작했습니다. 레일 위를 굴러가는 진짜 열차라니까요. 전체적으로 90% 이상 본래 모습이라고 자신합니다”며 원형 재현임을 강조했다.

청도군이 재현하고 있는 박 대통령 전용열차는 경기도 의왕의 철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1927년 일본에서 제작된 객차를 55년 대통령 전용으로 개조해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 시찰 등에 사용했다. 한 량으로 길이는 24.5m. 실내는 최고권력자의 전용시설로는 검소한 편이다. 당시의 나라 형편과 사용한 사람의 자세를 짐작하게 한다. 현재는 많이 낡은 상태다. 철도박물관은 실내는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재현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신도마을의 열차 모습이다. 일반 공개는 올해 5월께 실시될 예정이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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